“헤어지자”는 동거녀 위치추적 후 살해…30대 무기징역

입력 2016-09-29 22:07


헤어지자는 동거녀의 차량에 몰래 위치추적기를 설치한 뒤 쫓아가 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30대 남성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4부(신상렬 부장판사)는 살인, 위치정보의보호및이용등에관한법률 위반,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A(38)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올해 4월 25일 낮 1시 26분께 인천시 서구의 한 상가 건물 1층 여자화장실에서 동거녀 B(38)씨의 가슴과 배 등을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인천의 한 노래방에서 우연히 알게 된 B씨와 연인관계로 발전한 뒤 지난해 9월부터 동거했다.

그러나 올해 3월 잦은 폭행을 못 견딘 B씨가 헤어질 것을 요구하자 A씨는 흉기와 위치추적기를 산 뒤 범행을 계획했다.

휴대전화로 인터넷에 접속해 '청부살인법', '기절시킨 후 자살로 위장' 등의 키워드를 검색하기도 했다.

집과 사무실 주변에서 동거녀를 미행한 A씨는 B씨가 친척 오빠 집 인근에 주차한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몰래 설치한 뒤 범행 당일 B씨가 사무실에 출근하자 뒤따라가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당시 A씨는 비명을 듣고 달려온 B씨의 직장동료 C(41)씨 등에게도 흉기를 휘두르고 달아났다가 1시간여 만에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지난해 11월 인천의 한 공원 앞 도로에서 차량을 몰다가 80대 할머니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로 기소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중 이번 범행을 저질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살인 범행 이전에 집행유예를 초과하는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기는 하나 피고인의 폭력성과 잔혹성이 순간적이고 충동적인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의 시신 양쪽 손 4곳에서 발견된 방어흔 등으로 미뤄 피해자가 피고인의 공격을 막기 위해 장시간 처절한 몸싸움을 벌였고 사망 직전까지 상상하기 어려운 극심한 고통과 공포를 느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오히려 '피해자가 범행을 유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고 있어 피고인이 진정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지도 의문스러운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