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공포’…필리핀서 미성년자 마약사범 2만명 자수

입력 2016-09-26 22:52


필리핀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과의 유혈전쟁'에 겁을 먹고 자수한 미성년자 마약사범이 2만 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필리핀탐사보도센터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7월 1일부터 8월 28일까지 약 두 달간 18세 미만의 미성년자 마약사범 2만 584명이 지역 경찰에 자수했다.

이 중 30% 가까이는 자신들에 대한 마약범죄 혐의 기록이 경찰에 없는데도 자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약 65%는 한차례 범죄를 저지른 기록이 있었고 극히 일부만 상습범이었다.

자수한 미성년자 가운데 98.4%가 마약을 투약했고 나머지는 마약 판매나 운반을 했다.

이들 중 남자가 1만8천902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어린이도 포함돼 있다.

이 같은 자수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 소탕에 박차를 가하면서 경찰이나 자경단 등의 총에 맞아 죽는 마약 용의자가 잇따르자 생명에 위협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으로는 필리핀에서 마약이 어린아이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필리핀 경찰은 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에 대해서 경중을 따져 가족에 인계하거나 소년원, 재활센터 등으로 보내고 있다.

미성년자 마약사범들은 길거리에서 마약 용의자에 대한 '묻지 마' 사살이 속출하자 자신들이 다음 차례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지금까지 3천 명 이상의 마약 용의자가 사살됐고 약 70만 명이 자수했다.

필리핀 정부가 사법절차를 밟지 않고 마약 용의자를 단속현장에서 사살,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국내외에서 일고 있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국가와 가정을 파괴하는 마약을 근절해야 한다"며 일축하고 있다.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무장관은 지난 24일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국제사회는 필리핀의 마약전쟁에 개입하지 말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