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G발급 '감감'‥당국·은행은 '차일피일'

입력 2016-09-27 07:01
수정 2016-09-27 11:03
<앵커>

수주 가뭄 속에 중소형 조선사들이 어렵게 수주에 성공했지만 은행권의 RG, 즉 선수금환급 보증을 받지 못해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RG발급 개선을 언급했던 감독기구와 은행권은 그 이후 감감무소식이어서 중소형 조선사들은 속만 태우고 있습니다. 보도에 김정필 기자입니다.

<기자>

채권단의 관리를 받고 있는 한 중견 조선사.

최근 국내외 선사로부터 어렵사리 선박을 수주했지만 일감 획득에 대한 기쁨은 잠시 뿐이었습니다.

선박 건조에 필요한 선수금환급보증, 즉 RG를 받기 위해 은행권에 제반 서류를 제출했지만 수 개월째 진전이 없습니다.

다른 중소형 조선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수주를 했다가 건조 자체가 중단됐던 선박의 재건조를 위해 RG를 신청했지만 조선 빅3 구조조정의 파장으로 심사 요건이 까다로워지면서 제동이 걸렸습니다.

최악의 상황 속에 선박을 수주했거나 건조에 돌입하려 했지만 RG발급까지 시일이 오래 걸리거나 거부당하면서, 불황보다 더 어려운 난관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중소형 조선사 임원

“현대중공업 RG발급도 어려운 게 사회적 분위기. RG라면 금융권 경끼를 일으킬 정도다”

현대중공업이 최근 RG발급과 관련해 은행권과 타결을 봤고 대우조선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단이 돌아가며 발급해 주고 있지만 중소형사의 경우는 다른 나라 이야기입니다.

대형이냐 중소형이냐, 채권단 관리를 받느냐 여부를 떠나 RG발급 자체를 꺼리는 상황에서 최근 금융감독기구 수장이 개선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언급했지만 착수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금감원 관계자

“아직 RG발급 가이드라인 개선 착수하지 못했다. 일단 국감 끝나고나 해야 할 듯”

대형 조선사, 해운 구조조정, 국감 이슈 등 각종 현안에서 밀리고, 은행권은 RG발급 리스크가 큰 만큼 타당성 조사, 건조 경험 등 기준을 보다 엄격히 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시중은행 관계자

“은행 입장에서는 RG가 리스크가 상당히 큰 데 중소형의 경우 그런 거(경험) 없이 수주해서 하겠다고 하는 데 거기에 어떻게 RG 발급 해주겠나”

대우조선 사태 이후 조선업 전체가 부실과 연계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사는 물론 중소형사들은 수주를 하고도 RG를 받지 못해 선수금을 못 받고 아예 수주 취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취약업종·구조조정 지원과 리스크관리 사이에서 당국과 은행권이 줄타기를 하는 사이, 선박 수주와 건조에 필요한 돈줄이 말라붙으면서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 중소형 조선사들의 위기감은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정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