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앵커 (대안금융경제연구소장)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경기도 이천시' 입니다.
우리 나라 지방 기초자치 단체들의 재정 자립도가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 이천시는 올해 시 살림살이가 대박 났습니다.
관내에 공장이 있는 SK하이닉스가 대규모 흑자를 내면서 무려 689억 원의 지방 소득세를 거뒀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541억 원을 거둔데 이어 올해는 이천시가 거둬들인 지방 소득세의 70%가 넘는 돈을 SK하이닉스 한 회사로부터 거두어 들인 겁니다.
좋은 날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1996년 이후 계속된 적자로 2014년까지 한 푼의 지방소득세도 받지 못했지만 2014년부터 대규모 흑자가 나면서 예상치 못한 큰 세수를 확보하게 된 거죠.
어디 세금뿐이겠습니까? 이 회사가 고용하는 그 많은 직원들이 이천시에 살면서 또 실적이 좋았으니 성과급 타서 이천시에서 많은 소비를 했겠죠. 도시가 활기를 띌 수 밖에 없습니다. 이제 이천은 쌀로만 유명한 도시가 아니라 세계적인 반도체 도시가 된 겁니다.
반대로 지금 거제를 보십시오. 개도 만 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던 시절이 있었지만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의 불황과 구조조정의 여파로 상가는 철 지난 해수욕장 같은 황량함이 감돌고 길가의 사람들은 불안하고 도시는 쇠락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렇듯 하나의 기업은 그 도시 아니, 나아가 국가를 번성하게도 그리고 쇠락하게도 할 수 있습니다. 지금 한진 해운을 두고 우리 경제계뿐만 아니라 정치권까지 말들이 많습니다.
어렵게 대주주의 사재 출연과 대한항공의 지원이 결정되고 산업은행도 부족분 500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법정관리로 넘긴 회사에 대한 대주주 책임 소재를 어디까지 물을 것인지, 또 전 세계 항만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리 국적 선사 한진해운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안타까운 물류대란을 그저 보고만 있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정부가 나서야 하는 건지 찬반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물론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의 부작용을 잘 알고 있고 특히 우리의 경우는 관치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은 역사적 경험이 있기에 이번 한진해운도 그저 시장에 맡겨야 할 뿐 우리 국민의 혈세를 넣어서는 안 된다는 반론이 많습니다. 더구나 대우조선 해양 사태에서 본 힘 있는 사람들의 모럴 헤저드와 공직자들의 안이한 대처.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자성론은 당연하고 대마불사의 관행도 차제에 깨 버리는 게 맞습니다.
해운업을 살려서 더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쪽도, 그저 대주주의 책임일 뿐 정부가 나서면 안 된다는 쪽도 한 가지 놓치면 안 되는 것은 원칙과 전략입니다.
해운업, 우리만 어려운 것 아닙니다. 전 세계 대부분의 메이저 해운사들 모두 대규모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세계 3위의 해운사인 프랑스의 CMA-CGM의 경우는 우리도 한번쯤 곱씹어 봐야 하는 반면교사의 예입니다. 글로벌 해운 경기가 추락하자 이 회사 2012년에 65억 달러, 우리 돈으로 7조 원가량의 부채를 지고 적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습니다. 결국 프랑스 정부가 나서 채권은행을 통해 5억 달러, 국부펀드를 통해 1억 5천만 달러를 지원했고 회사도 해외 자산 매각을 통해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섰죠. 이렇게 위기를 넘긴 이 회사 결국 작년에 싱가폴 해운사를 사들이면서 아시아에서의 영업망을 오히려 더 늘리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한진해운 같은 구조조정 회사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극단적인 판단과 우유부단한 실행으로 실기해서는 안된 다는 얘깁니다. 전략적인 판단이 섰으면 그것이 회생이든 파산이든 대주주든 채권단이든 아니면 정부든 누군가 책임감을 갖고 나서고 이해 관계자들은 적극적으로 따라줘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 산업은행이 넣기로 한 500억 원이 회생을 위한 자금지원인지 생을 마감해 가는 국적 해운사의 이생의 마지막 노잣돈인지 불분명합니다. 500억도 5조도 그리고 단 돈 5만 원도 국민의 혈세이긴 마찬가지입니다. 더 과감하고 치밀한 전략과 실행이 필요합니다.
더불어서 제2, 제 3의 이천시가 많이 나오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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