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종 의인, 그날 서교동 화재현장에선 무슨 일이?

입력 2016-09-21 16:55


초인종 의인을 처음엔 원망했다고 했다. 그리고 초인종 의인의 빈소는 썰렁했다. 사람들이 찾지 않았다.

21일 오전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9호실에 차려진 '서교동 화재 의인' 안치범(28)씨의 빈소는 다소 썰렁했다. 부모인 안광명(54)·정혜경(59)씨 부부가 간간이 찾아오는 조문객을 맞이하고 있을 뿐이다.

안씨는 의인이었다. 자신만 살기 위해 대피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지난 9일 자신이 살던 마포구 서교동의 한 원룸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먼저 대피해 신고를 한 뒤, 불길이 치솟는 건물로 다시 들어가 일일이 초인종을 누르고 소리를 질러 이웃들을 대피시켰다.

이렇게 이웃들을 화마에서 구해낸 안씨 자신은 정작 연기에 질식, 병원으로 옮겨져 사경을 헤매다 10여 일만인 20일 새벽 끝내 숨을 거뒀다.

안씨는 평소 집에서 과묵하고 말이 없는 아들이었다. 하지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안씨는 성우 시험 준비에 매진하기 위해 화재 발생 불과 두 달 전 집에서 멀지 않은 같은 마포구에 원룸을 구해 따로 지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의 매형(34)은 "처음에는 솔직히 빨리 화재 신고를 한 것으로도 충분했을 텐데 다시 건물에 들어간 처남이 원망스러웠다"면서 "너무 안타깝고 슬프지만 많은 사람들을 살리고 떠난 처남이 지금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안씨 가족은 이웃들을 살리고 떠난 고인을 기려 당초 장기기증을 하려고 했지만, 안씨의 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지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안씨의 발인은 22일 오전 6시30분이다. 안씨 가족은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마포구청과 협의해 의사자 신청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