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췌장암 투병 중 선종한 故 조비오(조 몬시뇰) 신부가 마지막 가는 길까지 나눔을 실천해 귀감이 되고 있다.
조비오 신부의 조카는 이날 빈소에서 “신부님이 선종하신 뒤 통장잔고를 보니 매월 잔액이 0원 이었다”며 “통장으로 들어오는 돈을 모두 소화자매원을 위해 사용하셨다”고 밝혔다.
조 신부는 생전 지인들에게 “소화자매원을 40여 년간 키워온 만큼 뭐라도 남길 게 있다면 소화자매원을 위해 쓰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애인복지시설인 소화자매원은 조 신부가 1976년 계림동 본당 신부로 부임하면서 인연을 맺은 곳이다.
조 신부는 갈 곳을 잃은 부랑자와 폐결핵 환자를 돌봤으며 1997년에는 지적 장애인들을 위한 생활시설인 소화 천사의 집을 열었다.
어쩌다 돈이 통장에 들어오면 모두 가난한 이웃과 소화자매원을 위해 아낌없이 기부해 통장에는 남는 것이 없었다.
조 신부가 남긴 것은 평소 애독했던 책과 옷 몇 가지지만, 천주교 광주대교구는 조 신부의 유지대로 소화자매원에 기증할 계획이다.
조 신부는 또 생전에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으나 워낙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기증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천주교광주대교구의 한 신부는 "신부님은 평소 가진 것도 없었고 소유하려고도 하지 않으셨지만, 소화자매원을 비롯한 힘없고 가난한 이웃들에 대한 애정과 배려는 변함이 없었다"며 "특별하게 유언이라고 남긴 것은 없지만 평소의 소신을 존중해 따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