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신용평가회사의 늑장 등급조정 논란이 거듭되자 금융당국이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제4신용평가사 진입은 일단 유보하기로 해 알맹이 빠진 대책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권영훈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국내 신용평가 시장은 신용평가회사 3곳이 30년 이상 과점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NICE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3개 회사가 시장 3분의 1씩 차지하며 평균 ROE가 19.5%에 이를 정도로 고수익을 거두고 있습니다.
때문에 제4신평사 진입을 허용해 경쟁을 촉진하고 평가품질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온 상황.
금융위원회는 신규 신평사의 진입 허용을 일단 유보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시장평가위원회'를 11월 구성해 진입 허용문제를 주기적으로 검토할 계획입니다.
<인터뷰> 김태현 /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
"지금 현재 상태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기 보다 부정적 효과가 더 부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불가피하지만 당장은 시행하지 않더라도 항상 신규 진입이 열려 있다는 시그널을 줘야 하는 건 아니냐"
이를 두고 업계에선 '신용평가시장 선진화 방안'의 핵심이 빠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신평사 3곳 중 2곳이 국가신용등급을 매기는 무디스와 피치가 대주주로 있는 만큼 눈치를 본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방안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내년부터 자체신용도, 즉 독자신용등급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대우조선해양과 한진해운 등 최근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신평사가 늑장 등급조정을 한 데 따른 것으로 모기업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한 기업 자체 신용도를 매긴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2012년 도입을 추진하다가 정권교체로 무산된 사안이어서 내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또다시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이와함께 신평사 선정 신청제를 도입한다는 내용도 이번 방안에 포함됐습니다.
기업이 신용평가 수수료를 내는 현행 체계가 신용평가의 독립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입니다.
그런데 이 방안은 의무 조치가 아니라 기업이 자발적으로 신청하는 것이어서 실효성에 벌써부터 의문이 들고 있습니다.
나아가 금융위는 '등급 장사' 등 불건전 영업행위를 하는 신평사에 대한 제재수위를 최대 '영업정지'에서 '인가취소'로 강화한다는 계획입니다.
업계에선 '신용평가시장 선진화 방안'을 두고 핵심은 빠진 채 지속성에 의문이 드는 대책들만 열거해 생색내기란 지적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권영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