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 409회 발생, 경주 시민 '지진 트라우마'…"가만있어도 흔들려"

입력 2016-09-21 12:16


지난 12일 규모 5.8 지진이 발생한 경주에 크고작은 여진이 잇따라 발생하자 지진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21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경주 여진은 규모 1.5∼3.0 393회, 3.0∼4.0 14회 4.0∼5.0 2회 등 409차례 발생했다.

이런 경주 여진 발생횟수는 2009년부터 작년까지 7년 동안 일어난 지진(396회)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12일 오후 규모 5.8의 경주 본진 이후 여진 강도가 약해졌다가 일주일 후인 19일 밤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11㎞지역에서 상대적으로 강도가 센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한 바 있다.

역대 최대규모의 지진에 여진까지 이어지자 경주시민 등은 심각한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 성별·연령에 상관없이 가만히 누워 있어도 집이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지거나, 주변 공사장에서 들리는 '쾅쾅','윙윙'하는 기계 소리 등에 순간적으로 몸이 움츠러드는 등 일이 잦다고 한다.

경주 강진 진앙인 내남면 부지리에 사는 주민들은 "집 바닥이 울렁거리는 것 같아 누워있지 못하겠다",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고 신경이 곤두선다"는 등 고통을 호소한다.

경주에 사는 이모(55·회사원)씨는 "지진 때문에 추석 연휴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며 "작은 피해라도 본 주민은 여진에 폭우로 혹시나 집이 무너지지 않을까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신경안정제나 수면제를 사기 위해 약국을 찾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

경주 시내 한 약국 관계자는 "청심환이 평소보다 4∼5배 더 많이 나갔다"며 "남성보다는 할머니, 아주머니 등 여성이 자주 찾는다"고 전했다.

동국대 경주병원에도 지진 이후 불안증세를 호소하는 시민 발길이 이어졌다.

이들은 대체로 지진이 또다시 올까 봐 밤새 잠을 못 이루는 등 수면장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들이 갑작스러운 천재지변을 겪은 탓에 불안증세를 보인다"며 "시간이 지나면 진정될 것으로 보고 우선은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상담 치료를 하거나, 수면제 처방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와 가까운 포항을 비롯해 대구, 울산, 부산 등에 사는 시민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에도 '헬기 소리가 너무 커서 심장이 자꾸 쿵쾅거린다', '바람 때문에 방충망이 덜컹거리는 소리에도 겁을 먹었다. 소리에 민감해졌다'는 등 지진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대구한의대 김성삼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사라질 수 있으나 심하면 전문가 상담, 약물치료 등 처방이 필요하다"며 "정부·지자체 차원에서 트라우마 치료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