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파생시장] 4년새 5분의 1로…정책 엇박자에 고사 직전

입력 2016-09-21 16:56
<앵커>

한때 글로벌 탑을 유지했던 국내 파생상품시장이 기나긴 침체의 늪에 빠진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정부도 뒤늦게 파생시장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오히려 상식을 벗어난 규제가 파생시장을 고사직전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국내 파상생품시장의 현실을 박승원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올해로 개장 20주년을 맞은 국내 파생상품시장.

2001년 거래량 기준으로 전세계 1위에 오른 후 10년동안 한번도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13년 8위로 내려간 데 이어 지난해엔 12위까지 추락했습니다.

2011년 39억3,000만계약이 거래됐던 파생상품 거래량은 지난해 7억9,000만계약으로 4년 새 5분의 1수준까지 줄었습니다.

이에 반해 글로벌 파생상품시장은 14% 넘는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기자 스탠딩>

이처럼 국내 파생상품시장이 위축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시장 참여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상식을 벗어난 규제를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실제 2009년 ELS, 주가연계증권 불공정거래 사건을 시작으로 2011년 ELW, 주식워런트증권 부정거래 의혹 등 파생상품시장을 뒤흔든 사건들이

터지면서 금융당국은 각종 규제를 내놨습니다.

코스피200 옵션 거래승수가 5배 인상된데 이어 ELW 유동성공급자(LP) 매도·매수호가 제한 제도가 시행된 겁니다.

여기에 선물·옵션 투자자들의 기본 예탁금이 3,000만원으로 2배가량 인상됐습니다

금융당국은 여기서 더 나아가 이르면 이번달 말 ELS를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파생상품시장 활성화 방안도 발표할 예정입니다.

<전화인터뷰> 금융위원회 관계자

"우리가 정례브리핑 때 말했다. / 9월말 (파생상품시장 활성화 방안)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증권사가 발행하는 ELS를 증권사 고유계정이 아닌 신탁계정에 넣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LS 투자잔액이 70조원으로 불어난 상황에서 일종의 방화벽을 쳐놓지 않으면 시장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이유에섭니다.

당장 금융투자업계는 반발하고 있습니다.

투자자 보호와 증권사의 건전성 관리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ELS라는 상품의 본질적 성격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겁니다.

무엇보다 신탁계정이 안고 있는 각종 운용 제약으로 ELS 수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시장의 성장성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전화인터뷰> A 증권사 ELS 담당 임원

"(ELS는) 수익률 성과가 굉장한 영향을 미친다 액티브하게. 그런데 신탁계정에 넣는다는 것은 이걸 패시브하게 수익률 성과와 상관없이 하겠다는 것이다. / 신탁계정을 간다고 하면 쿠폰 이율 자체가 1~2% 더 떨어지면 절대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ELS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개장 이래 고사 직전까지 내몰린 국내 파생상품시장.

상식 밖의 규제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박승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