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모 성당에서 혼자 기도하던 여성을 흉기 살해한 중국인 첸모(50)씨에 대해 전대양(가톨릭관동대 교수) 한국범죄심리학회장은 "제주에 온 뒤부터 범행까지 전체적인 모습을 봤을 때 피해망상에 빠진 정신분열증(조현병) 초기 증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 회장은 첸씨가 겉보기에 멀쩡하고 진술의 논리성을 갖췄더라도 전 부인들과 피해여성을 동일시했다는 점 등에서 피해망상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범죄심리 분석(프로파일링)했다.
전 회장은 "조현증은 중증보다는 초기 발병 때 더 많은 피해망상을 경험하기 때문에 공격성이 내면적으로 내포돼 있어 흉기를 소지하고 다니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첸씨가 분명히 범죄에 이를만한 작용이 있을 것이지만 피해자와 원한이 있는 등 아는 사이도 아닌 데도 흉기로 공격했다는 점과 범행 장소가 종교 시설이라는 점에서 봤을 때 그 이면에 여성에 대한 피해망상적 소행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그는 "피해망상이더라도 정신적 문제로 감형을 받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범행 관련 전모를 진술하고 이것이 일치한 데다, 기타 언행과 태도, 표정 등 수사과정에서 이상을 느낄 수 없을 정도면 심각한 정신병으로 볼 수 없으므로 처벌은 그대로 한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도 수사관들이 봤을 때 첸씨가 너무나도 정상적이어서 중증 증세가 있다고 판단이 서지 않더라도 정신감정을 할 필요는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5월 서울 강남역 근처 공용화장실에서 '묻지마' 살인을 저지른 김모(34)씨의 경우도 겉으로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서도 여성혐오 등의 피해망상이 있어 범행한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첸씨는 "감정이 좋지 않은 전 부인과 다른 종교에서 참회하려고 성당과 교회를 들리던 중 여성 혼자서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화가 치밀어 흉기로 범행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정상적으로 믿기 힘든 진술이지만 경찰은 첸씨에 대해 정신감정 계획은 현재까지 없다. 범죄심리 분석도 아직 않았다.
전 회장은 "범죄심리 분석은 수사망을 좁히기 위한 수사기법이어서 피고인이 모든 범행을 자백하는 이번 경우에 범죄심리 분석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범행 상황을 봤을 때 예사로운 범죄는 아니"라면서 "차후에라도 정신감정과 범죄심리 분석은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