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황선홍 '신의 한 수' 윤주태 앞세운 FC서울 챔피언스리그 4강

입력 2016-09-20 00:28
▲ 중국 원정길에 동행한 FC서울 서포터들(사진 = FC서울)
그들의 중국 원정길 발걸음은 무거웠다. 최근 K리그 클래식 2경기를 치르며 모두 패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8월 24일 안방에서 열린 1차전 3-1 승리가 먼저 있었기에 두 골의 차이가 그들에게 희망이었던 것이다.

황선홍 감독이 이끌고 있는 FC 서울(한국)이 한국시각으로 14일 오후 8시 30분 중국 지난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벌어진 2016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산둥 루넝 FC(중국)와의 대결에서 후반전 교체선수 윤주태가 터뜨린 동점골에 힘입어 1-1로 비겨 두 경기 합산 점수 4-2로 당당히 4강에 올라 전북 현대를 만나게 됐다.

펠릭스 마가트 감독이 이끌고 있는 산둥 루넝은 이탈리아 국가대표 골잡이 그라치아노 펠레를 중심으로 뒤집기를 바라고 뛰었다. 하지만 FC 서울에도 오스마르, 곽태휘라는 걸출한 수비수가 있었고 효율적인 커버플레이를 펼치며 펠레의 높이를 무력화시켰다.

그러나 산둥 루넝에는 펠레 못지 않게 유능한 공격형 미드필더 왈터 몬티요가 있었다. 그는 지난 1차전에서도 날카로운 오른발 프리킥 실력을 뽐내며 1골을 따라붙어 그들에게 마지막 희망이 됐기 때문이다.

왈터 몬티요는 59분에 또 하나 희망의 골을 터뜨렸다. 중국 국가대표 미드필더 하오준민이 오른쪽에서 왼발로 낮게 올려준 공을 향해 머리를 살짝 돌려 방향 바꾸기 선취골을 넣은 것이다.

이 흐름이라면 홈팀 산둥 루넝 FC가 한 골을 더 따라붙어서 기적의 뒤집기 쇼가 만들어질 수도 있었다. 여기서 FC 서울의 황선홍 감독은 중대 결단을 내렸다. 75분에 윤일록을 빼고 슈퍼 서브 윤주태를 들여보낸 것이다. 1골을 지키기보다 골을 넣어서 상대를 완전히 주저앉혀야겠다는 결심이었다.

윤주태는 거짓말처럼 8분만에 멋지게 화답했다. 데얀 다미아노비치의 기막힌 공간 패스를 향해 상대 수비수 뒤로 빠져들어가며 오른발 끝으로 짜릿한 골을 터뜨린 것이다. 여기서 산둥 루넝의 추격 의지는 단번에 꺾일 수밖에 없었다.

축구도 이처럼 흐름의 스포츠여서 그 포인트를 놓치지 않고 휘어잡을 수 있는 경기력을 갖춰야한다는 사실을 FC 서울의 황선홍 감독과 선수들이 분명히 알려준 명승부였다.

이로써 FC 서울은 9월 28일과 10월 19일 전주와 서울을 오가며 10년만에 이 대회 우승을 노리는 전북 현대를 상대하게 됐다. 비록 이번 시즌 K리그 클래식 3차례 경기에서 모두 패하고 말았지만 설욕할 수 있는 기회를 한 번 더 거머쥔 셈이다. K리그 클래식의 자존심이 걸린 이들의 준결승 두 경기는 근래에 보기 드문 명승부로 남을 것이다.


2016 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결과(14일 오후 8시 30분, 지난 올림픽 스포츠센터)

★ 산둥 루넝 FC 1-1 FC 서울 [득점 : 왈터 몬티요(59분,도움-하오준민) / 윤주태(83분,도움-데얀 다미아노비치)]
- 1, 2차전 합산 4-2로 FC 서울비 4강 진출!

◎ FC 서울 선수들
FW : 데얀 다미아노비치, 박주영(62분↔주세종)
MF : 윤일록(75분↔윤주태), 다카하기 요지로, 이석현, 고요한(90+2분↔정인환)
DF : 김치우, 오스마르, 곽태휘, 고광민
GK : 유상훈

◇ 4강 대진표
☆ 전북 현대(한국) vs FC 서울(한국) [9월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 10월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
☆ 알 아인(UAE) vs 엘 자이시(카타르) [9월 27일 알 아인, 10월 18일 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