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 "드라마 촬영, 도망치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 [인터뷰]

입력 2016-09-06 11:02


11년 만의 브라운관 복귀라 의미가 컸을 거다. '굿와이프'를 복귀작으로 정한 것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다. 그만큼 쉬운 드라마가 아니었다. 촬영하면서 눈물을 쏟았을 정도니까. 하지만 전도연은 결국 해냈다. 시청률도 좋았고, 좋은 동료, 스태프도 남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도연'이라는 배우의 필모그래피에 한 획을 그을만한 작품이었다.

tvN 금토 드라마 '굿 와이프'(한상운 극본, 이정효 연출)에서 평범한 아내에서 15년 만에 변호사로 복귀한 여자 김혜경을 연기한 전도연. 그가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종영 소감을 전했다.

# 결말이 충격적이다. 김혜경과 이태준(유지태)이 쇼윈도 부부로 남았다. 커튼콜 형식의 엔딩도 인상 깊었다.

"감독님께 '저는 혜경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을 지지해주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보면 쇼윈도 부부라고 말할 수 있지만 누구와도 결론이 지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서로에게 값진 좋은 결말이었던 것 같다. 이태준이란 인물이 마냥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15년 살면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지 않나? 그래서 혜경이가 태준이를 이해하게 된 거다. 그 넓은 어깨가 작아 보이는 순간이 있더라. 혜경이 태준을 따뜻하게 한 번 안아주면 어떨까 싶더라. 커튼콜 형식은 정말 멋진 엔딩이었다고 생각한다"

# 미드 '굿와이프'는 지난 2009년 첫 방송을 시작해 전미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시즌 7까지 나왔을 정도로 사랑받은 드라마다. 그래서 '원작을 넘어설 수 있을까?'라는 우려도 있었다.

"원작이 존재하는 작품이라 한국적으로 너무 많이 바꿔도 욕먹고, 원작을 그대로 따라 해도 욕먹을 것 같았다. 그런데 우리 드라마는 그 사이에서 외줄 타기를 잘한 것 같다. 미드를 2화까지 봤는데 정서적으로 너무 다르더라. 그래서 참고하면서 연기하진 않았다"



# 주름살이며 주근깨를 화면에 그대로 노출할 정도로 자연스러움을 강조했다. '여배우가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다. HD 화면 앞에 두려움 없는 배우가 몇이나 될까? 처음에는 주름이 눈에 거슬린다던 시청자들도 있었다.

"자연스러운 게 좋다. 내가 편해야 한다. 내가 편해야 시청자도 편하게 볼 거라 생각한다. 피부 트러블이 나서 선크림도 못 바르고 촬영했더니 주근깨가 올라오더라. 촬영 감독님이 슬쩍 와서 말해주셨는데 '그냥 두라'고 말했다. 촬영 초반에 긴 머리도 너무 거추장스러워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나이가 더 들면 나도 주름도 없애고 더 신경을 많이 쓰겠지만 지금은 이대로가 좋다"

# 드라마 촬영장은 영화 촬영장과 다르게 바쁘게 돌아간다고 들었다. 수면부족과 쪽대본 때문에 버거웠다고 하는데 한동안을 드라마에서 전도연을 볼 수 없는건가?

"드라마 현장이 너무 힘들어서 매일 도망치고 싶었다. 근데 막상 끝나고 나니까 배우들과 스태프와 행복했던 시간이 더 많이 생각나더라. 시즌 2? 그냥 우아하게 영화배우 하고 싶다. 근데 감독님 말씀처럼 드라마가 중독성이 있더라. 얻은 게 많기 때문에 절대로 드라마를 안 하겠다는 마음은 없다"

전도연은 기자간담회 중간중간 휴지로 눈물을 훔쳤다. 힘들어서일까. 아쉬움 때문일까. 테이블 위에는 휴지가 쌓여갔다.

"혜경을 떠나보낸 상실감이 커요. 전도연보다 김혜경으로 산 시간이 더 많은 것 같아서 허전해요"

(사진=매니지먼트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