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계획 없지만…” 치매 아빠와 ‘미리’ 웨딩사진 찍은 美자매

입력 2016-09-05 22:22


아직 결혼 계획이 없는 미국의 한 쌍둥이 자매가 치매에 걸려 언제 곁을 떠날지 모르는 아버지와 미리 웨딩사진을 찍었다.

미국 ABC뉴스 등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 주에 사는 23세 쌍둥이 세라와 베카 덩컨은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 함께 지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예감에 미리 웨딩사진을 찍어두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아버지 스콧 덩컨(80)은 2012년 알츠하이머 치매를 진단받고서 최근 건강이 더욱 악화해 요양 시설로 옮겨 살고 있다.

결혼식에서 아버지 손을 잡고 입장하는 것은 많은 여성의 꿈이다. 그러나 쌍둥이 자매는 그 꿈을 실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들은 실제 결혼식처럼 똑같이 웨딩드레스를 차려입고 아버지가 곁에 있을 때 미리 아버지와 함께 웨딩사진을 찍기로 했다.

세라와 베카는 모두 싱글이고 가까운 미래에 결혼할 계획이 아직 없다. 그렇지만 아버지도 결혼식 추억의 '상당히 큰 부분'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ABC 뉴스에 전했다.

이들은 사진작가인 친구, 화장을 담당한 어머니 등 친지의 도움으로 이웃집 마당에서 10여 분간 아버지와 함께 웨딩 촬영을 했다. 웨딩드레스와 부케는 친구들이 기부했다.

세라와 베카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부케를 들고 나타나자 아버지는 활짝 웃는 모습으로 쌍둥이 딸을 맞았다.

베카는 "현실적으로 아버지가 우리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을 깨닫고 아버지와 함께 웨딩사진을 찍기로 했다"며 "세상에서 최고의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베카는 "예식 홀에서 우리를 맞이하기 위해 내려오는 아빠의 모습을 보는 것, 아빠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우리 모습을 보는 것, 아빠의 미소는 우리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세라도 "아버지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었다"며 "이제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영원히 남길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