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라인11] - 김동환의 시선 <대마불사>

입력 2016-08-31 13:25

[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앵커 (대안금융경제연구소장)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대마불사' 입니다.

운송보국을 기치로 한진그룹을 창업한 조중훈 전 회장이 직접 창업한 세계 7위의 해운기업이자 1위의 국적 선사 한진해운이 영욕의 40년을 끝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살리기 위해서는 1조 3,000억 원은 필요하다는 채권단과 4-5,000억 원 밖에 못 만들고 더 이상의 대주주의 사재 출연도 할 수 없다는 한진그룹 간의 이견, 좁혀지기엔 그 간극이 너무 컸습니다.

법정관리로 가면 배를 빌려준 선주사들이 채권 회수를 위해 배를 압류할 것이고, 짐을 맡긴 화주들도 등을 돌릴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한진 해운의 영업기반은 급속도로 무너질 것입니다. 이런 해운업의 특수성 때문에 법원이 법정관리를 허락하지 않고 바로 청산의 절차로 갈 수도 있습니다.
1,500명 한진 해운 직원은 물론이고 관계사들에 대규모 실업이 생길 것이고 당장 우리 수출, 수입물량의 해상 운송에 심대한 차질이 있을 겁니다. 회사채를 가진 금융회사들과 개인투자자들의 손실도 당연하고요.

만약 한진 해운이 기적적으로 회생하지 못하고 청산절차를 가게 된다면 그 동안 부실화된 대기업은 산업은행이 채권단을 설득해 자금지원을 하고 살려내서 다시 대주주에게 돌려 주던지 아니면 대우조선 해양의 경우처럼 산업은행의 실질적인 자회사를 만들던지 하는 기형적인 구조조정의 관례, 즉 대마불사의 관행을 끊어 내는 선례를 남기게 되는 것입니다.

대우조선해양 사례에서 보듯이 구조조정이란 미명하에 벌어진 그 엄청난 모랄 헤저드와 부실 경영에 우리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구조를 더 이상은 용납할 수 없다는 첫 번째 사례가 되는 겁니다.

당연합니다. 대주주도 포기한 걸 세금으로 막아야 할 일은 아니죠. 하지만 한 편으로 보면 무역으로 먹고 사는 우리 나라가 1위의 국적 해운사를 청산 시키는 작금의 상황이 우리 경제의 미래를 암시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습니다.

우리 수출기업들이 짐을 실어 나르기 위해 중국과 일본의 배를 빌려야 되는 상황이 지금 닥친 겁니다. 이제 생명줄이 연장되어 정상화의 길을 걷고 잇는 현대상선과의 합병을 얘기하지만 현대상선의 실질적인 대주주가 산업은행인걸 감안하면 이 방법도 또 혈세가 들어가는 거고 실제로 양사의 노선과 선종이 겹쳐서 시너지를 노릴 수도 없다는 게 업계의 평가입니다.

그래서 참 많이 아쉽습니다. 그나마 양대 선사가 여력이 있을 때 차별화의 길을 가면서 특화 했더라면 오늘날의 파국은 막을 수 있었겠지요. 서로 내기 1등이라고 외형 경쟁만 하다가 이 꼴이 난 거 아닙니까

글쎄요, 태생적으로 무역국가인 대한민국의 1위 선사의 몰락을 보면서 어쩌면 우린 너무 무덤덤 한 거 아닌가요?

선대가 일군 기업의 몰락에 여기까지라고 선을 긋는 오너도 그렇고 정말 부실의 책임이 있는 전 대주주는 채권단 관리 직전에 그 알량한 지분마저 팔아 치우는 몰염치를 보이고, 넘쳐 나는 현금을 쌓아두고도 이렇게 중요한 기업하나 사겠다고 아무도 나서지 않는 우리 기업들의 현실.

무책임, 무기력 그리고 우리 경제에 대한 냉소주의, 침몰 중인 한진해운 호를 보면서 떠오르는 단어들입니다.

꼭 어느 영화 같은 일들이 매일 신문과 방송을 통해 전해지는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또 하나의 기업이 우리 곁을 떠나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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