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중부 지방을 강타한 지진 현장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다수의 목숨을 구해낸 소년이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인공은 로마에 거주하는 17세의 프란체스코. 하지만 이 소년은 더 많은 생명을 구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이탈리아 뉴스통신 안사가 29일 보도했다.
프란체스코는 지진이 발생한 지난 24일 새벽 14∼19세의 청소년들로 이뤄진 단체의 일원으로 마르케 주 페스카라 델 트론토에 머물고 있었다.
이 마을은 지진으로 대다수의 건물이 파괴돼 약 50명의 사망자를 낸 산골 마을로 프란체스코 일행이 잠을 자고 있던 공원의 건물도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며 잠을 자던 청소년들은 땅 바닥으로 내팽개쳐졌다.
어둠 속에서 다른 동료들과 함께 살아남은 그는 사방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안전한 곳을 찾아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 못 가 그는 한 여성이 무너진 집에서 떨어진 구조물에 갇혀 침대에서 꼼짝 못하는 장면을 보고 곁을 지나던 다른 성인 2명과 합심해 맨손으로 잔해를 치웠고, 이 여성은 무사히 밖으로 빠져나왔다.
지진으로 무너져 내린 인근의 한 주택에서는 가족들이 실종된 할머니를 애타게 찾고 있었다. 프란체스코는 미친 듯이 할머니를 불렀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자 과감히 창문을 깨고 집 안으로 뛰어들었다. 충격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할머니는 프란체스코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지진 발생 30분이 지난 오전 4시쯤 마을에 첫 구급차가 당도했으나 프란체스코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무너진 주택의 한 편에 아슬아슬하게 주차돼 있던 승용차의 운전석에 올라타 차를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 이 차에 두 아이와 함께 타고 있던 여성은 운전해야 할 남편이 실종돼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프란체스코는 "아직 면허는 없지만 자동차 운전법을 알고 있었다"며 당시엔 건물 잔해가 곧 자동차를 덮칠 것 같아 안전한 곳으로 차를 빼야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프란체스코가 지진 당일 구한 사람들은 최소 7명에 이른다고 안사는 전했다.
프란체스코의 활약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그를 연약하지만 철의 심장을 가진 '슈퍼맨'으로 부르고 있으나 그는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가슴 아파하고 있다. 그는 "모두가 나를 영웅이라고 부르지만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더 많은 사람을 구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자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