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요섭 감독 "멋있는 여자의 모습 볼 수 있을 것"[인터뷰]

입력 2016-08-29 10:15


<범죄의 여왕>의 주인공은 오지랖 넓은 아줌마다. 서울 신림동 고시원에 있는 아들에게 수도 요금 120만 원이 청구되자 곧바로 보따리를 싸 들고 상경한다. 아들의 타박을 무릅쓰고 고시원 이곳저곳을 탐문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사건과 맞닥뜨린다. 박지영이 원톱 주연으로 나섰고, 조복래, 허정도, 백수장, 김대현, 이솜 등이 출연한다.

<범죄의 여왕>은 한국 영화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광화문시네마'의 세 번째 작품이나 이요섭 감독의 첫 장편 영화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연출을 맡은 이요섭 감독을 만나봤다.

Q. <범죄의 여왕>이 첫 장편 데뷔작이다. 영화 보고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아줌마를 주인공으로 한 이유가 있나?

A. 이전에 단편에서도 여자가 주인공인 영화를 찍었는데, 어머니 얘기는 없었다. 전부터 하고 싶은 얘기였다. <범죄의 여왕>을 만들면서도 어머니 생각을 많이 했다. 미경의 겉모습이나 내면도 어머니와 비슷하다. 꾸미기 좋아하는 느낌의 여자 같은 어머니다. 어머니가 영화를 어떻게 보셨을지 모르겠다.

Q. 그 정도면 어머니 헌정 영화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어머님이 멋쟁이신가?

A. 맞다. 소싯적에는 사진작가가 사진을 찍어주기까지 했다더라.

Q. 어머니 얘기를 굳이 스릴러 장르로 한 이유는 뭔가?

A. 그건 내 취향 때문이다. 어떤 소재를 선택하면 누군가는 멜로나 코미디로 엮어가는데 나는 항상 어떤 사건을 모티브로 일어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하드 보일러나 스릴러를 봤을 때 마초적인 남자가 담배 피우는 모습이 생각되는데 그런 영화를 보는 건 좋아하는데 만들 때는 인물을 바꾸고 싶다. 그런 느낌을 좋아한다.

Q. 미경이 서울로 올라온 이유가 수도요금 120만 원 때문이다. 굳이 120만 원이라고 설정한 이유가 있나? 고시원에서 수도 요금이 그렇게 나왔다는 게 비현실적인데.

A. 수도요금이 그정도로 나오려면 엄청 큰 목욕탕 정도는 돼야 한다더라. 그런데 아들이 '엄마 나 30만 원 나왔어'하면 미경이 안 올라올 거 같은 거다. 아들이 보고 싶어서 핑곗김에 서울로 올라왔다고 해도 아들이 내려가라면 '알았어, 내려갈게' 할 수 있는 금액이지 않나. 미경한테 부담스러운 돈이라는 걸 강조해주고 싶었다. 듣자마자 열 받아서 바로 서울로 올라올 수 있는 금액.



Q. 영화에 안재홍과 황승언이 잠깐 등장했다. 광화문 시네마 영화 <족구왕>의 배우들인데, 출연하게 된 이유가 있나?

A. 아기자기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족구왕>을 본 관객이라면 눈치챌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족구왕>이 대학 생활을 그린 영화인데 그들이 청춘의 시기를 보내고 성장해서 <범죄의 여왕>에도 등장한 거라고 봐주시면 될 거 같다.

Q. 광화문 시네마만의 특징이다. 영화 끝나고 다음 작품 쿠키 영상을 띄우는데 제목이 <소공녀>다. 이야기해달라.

A. 광화문 시네마의 다음 타자 전고운 감독의 작품이고 현대판 거지 이야기라고 쉽게 정리할 수 있다. 미소라는 여자 주인공은 30대 초반인데, 이 친구는 담배와 위스키 한 잔을 즐기는 게 인생의 낙이다. 이게 전부다. 이 이상은 욕심도 안 부리고 자기 방, 담배, 위스키만 있으면 된다. 그런데 담뱃값과 월세가 오른다. 미소는 선택을 해야 한다. '담배를 끊을 것인가, 집을 버릴 것인가' 선택의 갈림길에서 담배를 선택한다. 그리고 만나고 싶었던 친구들을 찾아 재워달라고 하면서 집을 옮겨 다니는 내용이다.

Q. 광화문 시네마의 영화를 보면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얘기를 해주는 것 같다. <1999, 면회>, <족구왕>, <범죄의 여왕>, <소공녀>까지.

A. 의도한 게 아닌데 대부분 느끼는 게 비슷하니까 그렇게 되는 것 같다. 현재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삶을 엿보는 이야기에 흥미를 갖게 되더라.

Q. 마지막으로 관객들이 <범죄의 여왕>을 왜 봐야 하는지 말해달라.

A. 말하고자 하는 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이 영화를 통해 엄마의 다른 모습을 보길 원한다. 엄마가 집에서는 밥 차려주는 사람이지만 여자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두 번째는 청춘에게 너무 목표지향적인 삶을 살지 말라고 해주고 싶다.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고 주변을 보면서, 옆 사람을 같이 챙겨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사진=콘텐츠판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