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의장의 잭슨 홀 발언 이후 연준(Fed)의 통화정책 방향 전망

입력 2016-08-29 08:17
수정 2016-08-29 08:18


“견고한 고용시장과 경제전망 개선으로 미국 중앙은행(Fed)은 금리를 인상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의 잭슨 홀 발언을 계기로 미국 학계와 월가에서는 지난해 12월 금리인상 이후 한동안 멈춰졌던 출구전략 논쟁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현 시점에서 출구전략이 다시 거론되는 것은 위기극복 3단계 이론에 따라 금융위기가 어느 단계에 와 있는가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이론적으로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간에 모든 경제주체들이 위기를 당할 때에는 세 가지 단계를 거치는 것이 정형적인 경로다.

즉, 위기 초기에는 돈이 부족한 유동성 위기(liquidity crisis)를 겪다가, 이 단계를 조속한 시일 안에 해결하지 못할 경우 시스템 위기(system crisis)로 악화된다. 시스템 위기로 실물경제에 돈을 제때 공급해 주지 못할 경우 경기침체(real sector crisis)로 이어진다는 것이 위기진전 3단계 이론의 골자다. 모든 위기는 이 같은 수순으로 극복해야 한다.

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위기 극복 3단계설로 볼 때 이제는 ‘8부 능선’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첫 단계인 유동성 위기극복 과제는 분야별로는 부족한 곳이 있으나 절대 규모로는 마무리된 상태다. 금융시스템 복원 과제도 속속 효과가 나타나면서 대부분 금융기관들의 수익지표가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누니엘 루비니 교수 등이 최소한 10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던 금융위기가 예상보다 빨리 위기 극복의 가닥이 잡히는 데에는 ‘브라운식 모델’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브라운식 모델이란 위기 당시 영국의 수상이었던 고든 브라운의 이름을 따 붙여진 용어다. 국가의 콘트롤 타워 기능을 강화해 모든 정책은 적기에 결정하고 국민들이 확실히 느낄 수 있도록 대규모로 신속하게 추진해 위기를 극복하는 방식을 말한다.

미국이 이번 위기를 맞아 ‘브라운식 모델’을 채택한 것은 시장의 기능과 시스템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브라운식 모델은 모든 위기처리에 국가의 역할을 공식 인정하는 것으로 시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복원력이 없을 때 적용하는 위기해결 방식이다. 다른 위기 대처법은 시장의 기능과 복원력을 전제로 한 것으로 이번 위기처럼 시장의 기능과 시스템이 붕괴된 상황에서는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특히 Fed는 1세기 만에 찾아온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추진해 왔다. 대표적인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으로 국채 직매입 등을 통한 양적완화(QE)를 들 수 있다. 이 때문에 경기가 회복될 때에는 비상시에 추진했던 통화정책 수단이 바로 출구전략의 대상이다.

옐런 의장의 잭슨 홀 발언 이후 출구전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념부터 정립할 필요가 있다. 국내 증시에서 많이 알려진 대로 ‘위기에서 빠져 나오는 대책’으로 이해된다면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추진해 왔던 대책이 모두 출구전략에 해당돼 위기극복 대책과 구별이 안 된다. 이 때문에 밴 버냉키 전 Fed 의장은 출구전략은 ‘위기 이후 상황을 겨냥한 선제적인 정책’으로 그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후자대로 개념을 정립한다면 출구전략을 마련하는 것과 추진하는 시기는 구별된다. 모든 정책의 시차를 감안하면 위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돼 가는 상황에서 출구전략을 논의하고 마련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빅 스텝’ 금리인하, 양적완화정책, 뉴딜식 재정정책 등으로 상징되는 이번 대책이 워낙 강도가 있었던 만큼 위기 극복 이후 상황이 닥쳐서 마련할 경우 늦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구전략이 마련됐다고 해서 곧바로 추진한다면 더 큰 화(禍)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경험국의 교훈이다. 이제 막 회복의 ‘싹이 돋는 단계(green shoots)’에서 한 나라 경제의 거름에 해당하는 돈을 거둬들일 겨우 노랗게 질려 ‘시든 잡초(yellow weeds)’로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1930년대 세계경제 대공황, 1980년대 미국경제 스테그플레이션, 1990년대 일본경제 잃어버린 10년을 들고 있다.

이 때문에 미리 마련된 출구전략을 언제 추진하느냐를 결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추진 시기를 결정하는 데에는 여러 기준이 있으나 전기비와 전년동기비로 산출되는 성장률이 2분기 연속 ‘플러스’로 돌아서고 그 수준이 잠재성장률에 근접할 때를 택해 추진해야 한다. 이 경우도 인플레이션과 자산거품이 우려될 때이다.

출구전략을 추진할 경우 국내 증시에서 인식된 것처럼 기준금리를 곧바로 올리는 방안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편적(일반적)’ 혹은 ‘질적(선별적)’ 통화정책 수단을 구분할 때 기준금리를 변경하는 것은 전자에 해당한다. 개별 경제주체가 처한 사정과 책임에 관계없이 기준금리를 변경할 경우 경제 전반에 동일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거론되는 출구전략은 과잉 유동성에 따른 인플레이션(이번에는 문제가 안 됨)과 자산시장에 낄 거품 우려를 불식시키는 곳에 목표를 둬야 한다. 보통 때처럼 경기과열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는 것이 아닌 만큼 ‘위기극복과 경기회복’이라는 가장 큰 목표는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배경에서다.

이런 맥락에서 Fed는 2014년 10월 양적완화(QE) 종료 이후 출구전략을 추진해오고 있다. 정상적인 수순이라면 QE 종료 이후 9개월 이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올리기에 앞서 6월부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기준금리를 변경할 때 그 폭은 0.25% 포인트(p)씩 가져가는 ‘노멀 스텝’, 0.5%p 이상 변경하는 ‘빅 스텝’, 0.25%p보다 좁게 가져가는 ‘베이비 스텝’이 있다. 인상시기도 Fed회의 때마다 단행하는 ’순차적인 방식(step by step)’과, 인상 이후 한동안 관망하다가 다시 단행하는 ‘가다 서다(go stop)’ 방식이 있다.

미국처럼 기준금리를 ‘제로’까지 낮춰진 수준에서 출발하는 금리인상에서 ‘베이비 스텝’은 의미가 없다. 언제든지 경기 재둔화(제2의 에클스 실수) 우려가 높은 ‘빅 스텝’과 같은 의미를 갖고 있는 ‘순차적인 방식’도 선택하기 어렵다.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0.25%p 한 단계 올리고 지금까지 올리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올해 7월 Fed 회의 이후 3대 지수가 연일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고 부동산 가격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사태 이전보다 높은 수준까지 올라간 상황에서는 빠르면 9월 Fed 회의 때라도 추가 금리인상은 가져갈 수 있다. 출구전략이 지연될 때에는 또 다른 위기징후(이번에는 채권시장 대붕괴)를 키울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출구전략이 어떤 방향으로 추진될 것인가는 이런 시각에서 보면 예상이 가능하다. 분명한 것은 출구전략은 ‘위기극복과 경기회복’이라는 본질은 흐트러뜨리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만큼 출구전략은 단기적으로 증시에 악재가 될 수 있어도 궁극적으로는 주가를 끌어 올리는 호재로 인식돼야 한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