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2007년 한국에서 갑상선암으로 판정받은 사람 중 90%는 과잉진단의 결과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 등의 과학자들이 지난 20~30년 사이 부유한 나라들에서 갑상선암으로 판정 환자 급증의 주요 요인으로 의료기술 발전에 따른 과잉진단(overdiagnosis) 을 꼽으면서 한국이 그 대표적 사례라고 밝혔다.
19일 의학 전문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IARC 암연구 실무그룹은 이탈리아 '아비아노 국립암연구소(ANCI) 전문가들과 공동으로 12개 고소득 국가의 갑상선암 관련 자료들을 수집, 체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이런 결론을 내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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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대상 12개국엔 유럽 8개국 외에 한국, 미국, 일본, 호주 등이 포함됐다.
연구팀은 1980년대 이래 이른바 선진국에서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급증하기 시작한 것과 관련,이 시기가 초음파검사 장비가 보급된 때와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 증가율이 높았으며 한국의 경우도 2000년대 전후부터 급증했다.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 더 정밀한 장비들이 속속 사용된 것도 모든 연령대의 건강한 사람들에게서 치명적이지 않은 갑상선 이상을 많이 발견하는데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2003~2007년 갑상선암으로 판정받은 사람중 한국의 경우 90%, 호주·프랑스·이탈리아·미국의 경우 70~80%, 일본·북유럽·영국 등에선 50% 정도를 과잉진단의 결과로 추산했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간 갑상선암으로 진단받은 사람의 90%는 "평생 어떤 증상도 일으키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냥 놔두면 그대로 사멸할 종양이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추정했다.
과거에는 갑상선암 진단을 받으면 많은 경우 갑상선 전체 또는 부분 절제 수술을 하게 되는데 이는 결국 평생 만성 통증을 겪고 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연구팀은 "위험도가 낮은 종양일 경우 수술을 하지 말고 정기적으로 검진받으며 조심스럽게 관찰할 것"을 권고했다.
크리스토퍼 와일드 IARC 소장은 "과잉진단과 과잉치료의 급증은 이미 많은 고소득 국가들에서 심각한 보건 문제가 됐다"면서 "이제는 중·저소득 국가들에서도 같은 추세가 일어날 조짐이 보인다"고 경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