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재산 처분의혹, 단순승인 분쟁 일으킬 수 있어

입력 2016-08-11 17:00
수정 2016-08-12 10:04


최근 사망한 남편의 계좌에 돈을 입금했다가 다시 이체한 행위에서 비롯된 상속재산 단순승인 여부를 다툰 소송에서 이 같은 행위가 배우자 채무와 재산을 모두 승계한 것으로 간주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내려졌다.

현행 민법은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하면 상속재산을 무조건적으로 승계하는 것으로 간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처분한 뒤 상속포기 또는 한정승인 등을 통해 공동 상속인 등 이해관계인들에게 해를 입히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법무법인 한중의 홍순기 상속전문변호사는 “피상속인의 사망 이후 3개월 간 상속인들이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하지 않고, 3개월 안에 상속재산을 처분하는 행위가 있었을 경우 상속재산에 대한 단순승인이 이루어진 것으로 본다”며 “일반적은 재산처분행위는 물론 사망한 남편의 퇴직금을 아내가 수령하는 행위도 이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상속재산 처분행위, 이해관계인 손해 여부 따라 다르게 판단 가능해

실제 이번 소송에서의 쟁점은 남편 A씨의 사망 후 아내 B씨가 상속포기를 하기 전에 A씨의 신용카드 대금 결제를 위해 자신의 계좌에서 A씨 마이너스 통장 계좌로 500만원을 이체했다가, 남편계좌로 수백만 원의 사회보장비가 입금되자 본인의 돈 500만원을 다시 회수한 아내 B씨의 행위가 상속재산의 처분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있었다.

이에 A씨의 채권자인 은행이 이 같은 이체행위가 남편의 재산과 채무를 상속하는 것이라며 1억 원의 대여금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그 당시 상황은 남편 A씨가 2008년 7월 해당 은행으로부터 4억 8천만 원을 빌렸다가 원금 3억 7,000여만 원과 연체이자 1억 8,500여만 원을 남기고 2011년 12월 사망한 시점이었다.

그러나 재판 결과, 원고인 은행이 패소했다. 그 이유는 상속재산 처분행위로 인한 단순승인으로 간주를 위해 필요한 이해관계인 손해 여부를 따졌을 때 이에 해당되지 않음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B씨는 상속채무인 남편의 카드대금을 자신의 재산으로 결제하기 위해 남편 계좌에 500만원을 입금했다가 그 뒤 결제에 충분한 돈이 새로 입금되자 당초 의사를 철회해 입금한 돈을 회수했다"며 "이런 행위가 상속채권자나 공동 또는 차순위 상속인 등 이해관계인에게 해를 끼치게 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홍순기 변호사는 “B씨는 2012년 초 자신과 자녀들의 상속에 관한 권리를 포기한 상태였으며, 재판부 또한 B씨가 500만원을 넣어 채무를 변제하려고 마음을 먹지 않은 경우에는 아무 제한 없이 상속포기를 할 수 있던 점에 비춰보았을 때 B씨의 행위를 상속재산 처분행위로 간주하는 것은 형평에도 어긋난다고 판시했다”며 “다양한 문제로 상속 관련 분쟁이 야기되는 만큼 일련의 행위로 인해 갈등이 빚어질 경우 충분한 법률 검토를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상속채무를 자신의 재산으로 변제하려던 의사를 나중에 철회했다 해서 단순승인으로 의제함으로써 상속채무에 대한 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판례를 통해 상속에 있어 분쟁의 여지를 다소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으로 상속, 유언 관련 법정 다툼은 경제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되고 시간도 많이 소요되는 편이다. 상속 관련 분쟁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상속전문변호사 등 전문가의 조력을 통해 분쟁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