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② 전기료 폭탄 뿔난 민심…정부, 누진제 개편 착수

입력 2016-08-11 17:29
수정 2016-08-11 18:03
<앵커> 전기요금 누진제 문제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산업팀 이지수 기자 나와있습니다.

이 기자. 이달 들어 ‘전기세 폭탄’ 이란 말 참 많이 듣습니다. 폭염으로 에어컨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이 때문에 늘어나는 전기세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누진제로 인해서 전기요금 부담이 얼마나 커지는 겁니까

<기자>

우선 현행 전기요금 누진제 체계에 대해서 이해해야 합니다. 사용 전력량에 따라 6단계로 구분이 되는데요. 1kWh 당 요금은 단계가 올라갈수록 늘어납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3단계인 200kWh를 넘어가면 최저요금의 3배, 4단계 301kWh 부터는 4.5배로 부담이 늘어나구요. 최고구간은 무려 12배 가량 차이가 납니다.

<앵커> 많이 쓸수록 더 높은 요금이 책정된다는 개념인데, 정부에선 왜 이런 체계를 고수해 왔던 거죠?

<기자>

누진제가 도입된 당시부터 가격을 높여서 사용량을 제한하는 정책을 펴왔기 때문입니다.

1973년 오일 쇼크가 오면서 1974년 최초로 누진제가 도입됐습니다. 이전 까지는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차등 적용하지 않았죠. 당시 3단계 누진제가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많이 쓰는 사람에게 높은 비용을 부과하더라도 최고 최저 구간의 요금 차이는 1.6배에 불과했습니다.

1978년 2차 오일쇼크가 오면서 이 비율이 높아졌습니다. 다음해 12단계로 누진제가 세분화됐고. 요금 차이가 19.7배까지 벌어지게 됐습니다. 이후 개편을 반복하다가 현재의 6단계 누진제가 적용된 건 2005년 이후 입니다.

<앵커>그런데 이런 전기요금 누진제를 해외에서도 시행되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나라에서만 이렇게 여론이 안 좋은 건가요. 국내 누진률은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기자>

현재 우리나라 전기세 최저 구간과 최고 구간의 요금 차이는 11.7배 입니다. 해외와 비교하면 과도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미국 1.1배(2단계), 일본 1.4배(3단계), 대만 2.4배(5단계) 정도 니까 차이가 큰 편이죠.

게다가 도대체 누가 가장 낮은 수준의 요금을 적용받느냐. 여기에 대해서 일반인들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전력량이 223kWh였습니다. 평균 3배의 누진률을 적용 받는 셈이죠. 또 3. 4단계에 해당하는 가구는 전체의 54% 였습니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많게는 3, 4배 가량 전기요금 부담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전기요금 폭탄으로 여론이 들끓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조만간 정부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단 올 여름 한시적 인하를 단행한 뒤 근본적인 체계 개편에 나설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성경 기자가 청와대의 입장 정리했습니다.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새 지도부와의 첫 만남에서 가장 먼저 언급된 것은 전기료 문제였습니다.

이정현 대표는 전기요금이 누진제로 돼 있어 가계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건의했습니다.

(인터뷰: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단기적으로는 6~7월, 8월, 9월 초가 될지 모르지만, 당장 이런 누진요금에 대해서 좀 대책이 있었으면 좋겠고"

박 대통령도 전기요금을 시급한 사안이라고 규정하며 조만간 정부 대책을 내놓겠다고 화답했습니다.

(인터뷰: 박근혜 대통령)

"이상고온으로 너무 많은 국민들이 힘들어하시기 때문에...조만간 방안을 국민에게 발표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하겠습니다"

다만 누진제 자체는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박근혜 대통령)

"우리나라 경우는 에너지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이런 문제로 누진제를 유지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사정이었습니다"

따라서 조만간 나올 정부 대책은 폭염이 집중된 올 여름 약 3개월간 누진구간 조정을 통한 한시적 인하에 초점이 맞춰지고, 누진제를 포함한 전체 체계 개편은 중장기 과제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경제TV 이성경입니다.

<앵커> 이제라도 정부가 입장을 선회해서 다행이긴 합니다. 하지만 당초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누진제 개편 불가’ 방침을 밝혔었잖아요. 누진율을 낮추게 되면 고소득층만 혜택을 보는 이른바 ‘부자감세’라는 논리였죠?

<기자>

네 맞습니다. 산업부는 전기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저소득층을 보호하기 위해 현행 누진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은 고소득층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던 건데요. 실제 그 주장이 맞는지 저희 한국경제TV 취재팀이 알아봤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입니다. 소득 분위 별로 전력 사용량이 나오죠.

월평균 소득이 가장 맞은 1분위 소득자의 경우 월평균 전력량이 234kWh입니다. 누진제 3단계에 진입하는 200kWh를 넘습니다. 가장 돈을 적게 버는 저소득층도 최저 요금의 약 3배에 달하는 누진율을 적용받는 겁니다.

4분위 소득자까지 이 구간에 해당되는데요. 전체 임금근로자의 88% 가량이 3단계, 즉 3배의 누진율을 적용받는 겁니다.

여름과 겨울에는 전력 소비가 늘면서 더 높은 누진율이 적용될 개연성이 크니까요. 누진율 개편이 부자감세라는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정부의 또 다른 논리가 ‘전력 대란이 우려된다’는 거였죠. 가정에서 전기를 많이 사용하면 물론 전체 사용량이 증가하겠죠. 그런데 전력대란까지 불러온 수준이냐는 다른 문제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과도한 해석’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력은 국내 전체 사용량의 약 14% 불과합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산업 현장인데요. 무려 55%를 넘습니다. 공공, 상업용 전기도 21.5%에 달하는 걸 감안하면 가정이 전력대란의 주범이라는 정부의 인식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앵커>

청와대의 공식발표 이후 앞으로 누진제 개편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는 겁니까.

<기자>

그리 간단한 작업은 아닙니다. 한국전력의 전기세 약관을 변경해야 하는데, 여기에 관련된 정부 부처가 두 곳입니다.

우선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가격 체계의 타당성을 따져야 하구요. 기획재정부에서는 물가 수준 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요금을 결정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발표 이후, 정부 여당은 발 빠르게 대응책을 마련하는 중입니다.

5시 부터 당정 협의회가 열릴 예정인데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유일호 기획재정부 장관,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모두 참여합니다.

이르면 오늘 저녁 정부 대책이 발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데요. 지난해 한시적으로 도입한 누진세 단계 축소 방안 등을 포함해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올수 있을지 주목되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