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음악 녹여낸 뮤지컬 '페스트', 미래 시대를 맛볼 수 있는 신선한 150분[리뷰]

입력 2016-08-11 13:26


서태지의 음악과 알베르 카뮈의 소설이 만난 뮤지컬 '페스트'. 서태지의 음악을 녹여낸다는 사실만으로 많은 이목이 집중됐었다. 미래의 가상 도시 '오랑시티'를 배경으로 원인 불명의 페스트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 뮤지컬에서 배경은 2096년이다. 시작하는 화면에서 연대기별로 이슈가 됐던 사건들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미래로 데리고 간다. 무대 세트, 소품 등은 마치 미래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게 만든다. 페스트에 걸린 환자들 수용소, 미래의 기자가 쓰는 독특한 키보드, 페스트에 걸린 환자들의 아픔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든 침대 등은 무대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조명, 무대 세트, 배우들의 열연 삼박자가 잘 맞는 점은 이 뮤지컬의 장점이다.



뮤지컬계의 아이돌로 불리는 배우 윤형렬은 본 뮤지컬에서 저널리스트 랑베르 역을 맡았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에드거 앨런 포'에서 보여준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페스트'는 랑베르의 내래이션으로 장면이 전환되고, 그의 말로 중간중간 뛰어넘는 드라마를 보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형렬은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해주고 있으며 경험해 보지 못한 미래 세계 기자 역할을 잘 수행해낸다. 손에서 빛을 내는 키보드를 사용해 기사를 쓰는 장면들이 자주 나오지만, 그의 특유의 연기력과 노래 실력으로 커버해 어색함이 없다. 공연 막이 오르기 전 "서태지의 노래를 부르는 데 있어 부담감이 있는 건 사실이다"고 말했던 그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이 뮤지컬의 또 큰 관람 포인트는 바로 노래다. 본인의 곡을 편곡하는 것에 있어서 까다롭기로 유명한 서태지가 김성수 음악 감독에게는 '마음껏 다뤄도 좋다'는 말을 했다는 점에서 이미 신뢰가 간다. 김성수 음악 감독은 '에드거 앨런 포'에서도 짧은 시간에 뛰어난 편곡 능력을 보여줬고, 이번 뮤지컬에서도 그의 능력은 입증됐다. 상반신이 보이는 무대에서 지휘하는 그를 보는 것은 또 다른 볼거리다. 그의 몸짓이 격해지면 극이 하이라이트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1300년대 유럽에서 발생해 인구의 30%가량이 죽었던 치명적인 병 '페스트'와 서태지의 음악, 카뮈의 소설이 섞인 신선한 극이다. 오랑시에서 일어나는 특별한 기적이 궁금하다면 9월 22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를 찾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