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파트 수직증축 리모델링 시 허용하기로 했던 내력벽 철거를 재검토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장과 업계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9일 열린 국무회의에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상정하면서 공동주택의 수직증축 리모델링 때 세대 간 내력벽 철거 허용 내용을 제외시켰습니다.
국토부는 오는 2019년 3월까지 안전성을 정밀 검증한 뒤 허용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따라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 추진이 당분간 중단될 것으로 보입니다.
내력벽은 건물의 무게를 지지하는 벽체로, 이를 제거하고 리모델링을 할 경우 다양한 평면으로 공급이 가능해 사업성이 높아진다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9월만 하더라도 경기도 성남 분당 등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의 민원을 받아들여 세대 간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를 검토하는 용역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안전성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던 국토부는 올해 초 내력벽 철거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데 이어, 관련 세부 기준도 마련할 계획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월에는 내력벽 철거로 인해 하중을 더 많이 받는 기준 이하 'NG(No Good) 말뚝' 비율이 전체 말뚝의 10%(일부의 경우 최대 20%)를 넘지 않는 선에서 허용범위를 정하는 것으로 협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안전성 우려가 끊임없이 이어지자 결국 ‘재검토’로 돌아섰고, 내력벽 철거 허용을 둘러싸고 국토부가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며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은 물론, 투자자들도 혼란을 겪게 됐습니다.
또한 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자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의 가격도 덩달아 주춤한 모습입니다.
실제로 지난 7월27일 한국경제TV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후속조치를 내놓지 못하자 올해 상반기 수도권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의 매매가격은 약 2% 상승하는데 그쳤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경기지역 수직증축 리모델링 추진 사업장은 총 17개 단지 1만2,285가구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리모델링 선도단지인 경기 성남 분당 정자동 한솔주공5단지(1,156가구), 야탑동 매화 1단지(562가구)와 리모델링 시범단지인 정자동 느티마을 3단지(770가구), 정자동 느티마을4단지(1,006가구) 등이 수직증축 안전진단을 통과했습니다.
이들 단지는 성남시가 조성한 공공기금 지원을 받아 향후 내력벽 철거를 위한 추가 안전진단, 건축 심의, 권리변경계획 승인, 사업계획 승인, 이주철거계획 제출 등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국토부가 내력벽 철거 세부 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시의 기금 지원이 보류됐고, 결국 자금줄이 막힌 셈이 됐습니다.
리모델링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1년 가까이 안전성 문제를 두고 검토를 했는데 또다시 3년 간 검토를 한다니 아쉬움이 남는다"며 "정부 발표만 믿고 지금까지 리모델링을 추진한 조합들의 타격이 클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정자동 느티마을 3단지 조합 관계자는 "이미 3~4년 전에 내력벽을 조정해 수직증축한 단지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막막하지만 대안을 검토해 사업 추진에 지장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