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 자문관 자리 금융연구원 출신 독식 여전

입력 2016-08-05 15:35
수정 2016-08-05 15:40


금융위원회의 금융연구원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금융연구원 출신 인사들이 금융위원장 자문관 자리를 독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 보험연구원 등 각 업권별로 특화된 연구원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금융연구원 출신 인사로만 채워져 정책의 다양성과 연구원 본연의 역할인 비판 및 대안 제시 능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연구원 출신의 인사들이 금융위원장 자문관 자리를 독식하고 있습니다.

현재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자문관은 박성욱 자문관으로 금융연구원에서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을 역임했습니다. 임 위원장 이전인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의 연태훈 자문관 역시 당시 금융연구원에서 연구조정실장으로 재직했습니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장민 금융연구원 연구조정실장),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이명활 금융연구원 기획협력실장),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이건범 금융연구원 연구위원박사) 시절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심지어 금융위원회 이전인 금융감독위원회 때의 자문관도 모두 금융연구원 출신의 인사들로 채워졌습니다.

금융위원장 자문관이란 금융위원장의 발언을 공식적으로 전달하는 강연 원고를 작성하는 등 지근 거리에서 금융위원장에게 음으로 양으로 정책 조언을 제공하는 자리입니다. 때문에 금융위원회 내부에서도 준 국장급의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중요한 자리에 금융연구원 출신의 인사들로만 채워지면서 금융 정책의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금융연구원은 지난 1991년 국내 시중·국책은행들이 출자해 만든 사단법인 형태의 민간 연구기관입니다. 은행들의 유관기관인 만큼, 은행 중심의 금융정책을 조언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다른 연구기관의 입장입니다.

한 연구원 관계자는 "경우에 따라선 증권이나 보험 아니면 그 이외의 분야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전달될 필요가 있다"며 "금융연구원 출신의 인사가 금융위원장 자문관을 역임하게 되면 은행 중심의 정책 위주로 조언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연구원 관계자도 "금융정책에서 은행이 중요하긴 하지만, 다른 업권도 등한시 할 수 없다"며 "금융연구원 출신으로 금융위원장 자문관이 채워지면 금융정책의 다양성이 훼손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금융연구원이라는 연구기관 본연의 역할인 정책 비판 기능도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금융위원장 자문관이란 자리가 연구원 출신의 인사들로 독차지되면서 알게 모르는 유착관계가 형성되고, 이로 인해 금융위원회의 정책에 대한 비판과 대안 제시 기능이 사실상 상실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한 연구원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금융연구원의 연구 기능이 많이 떨어진 게 사실"이라며 "금융위원회와의 유착관계가 이전보다 더욱 강화되는 만큼, 금융위원회의 정책에 대한 비판 기능과 대안 제시는 거의 없고, 일방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가 많다"고 비판했습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자본시장의 영역인 '신용평가 제도 개선' 관련 연구용역 대상에서 자본시장연구원을 대상에 배제하고 금융연구원에 맡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발주한 신용평가 관련 연구용역은 자본시장연구원이 주로 맡아왔는데, 이를 금융연구원에 맡기면서 금융위원회가 전문성보다는 금융연구원과의 유착관계에 더 집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도마 위에 오른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