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금융위의 초대형IB 육성안 취재기자와 함께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증권팀 김치형 기자 나왔습니다.
당초 금융정책 당국이 초대형IB의 기준을 5조원으로 할 것으로 전해졌었는데, 3단계로 세분화 됐습니다. 이유가 궁금하네요.
<기자>
일종의 동기부여로 봐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국내 증권사들을 자기자본 기준으로 보면 대우증권을 인수한 미래에셋이 6조7천억원으로 가장 크고 NH투자증권이 4조5천억원 그리고 현대증권을 인수한 KB증권과 삼성증권 여기에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3조8천억원과 3조4천억원, 3조2천억원으로 뒤를 잇습니다.
당초 금융정책 당국이 의지를 보였던 5조원 기준을 여기에 적용하면 대상이 미래에셋대우 말고는 없습니다.
3조원대에 머물러 있는 KB와 삼성 그리고 한투증권 등도 5조원의 허들을 넘으려면 1조원 많게는 거의 2조원의 자기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 되는거구요.
더구나 국내 증권업계에서 대우증권과 현대증권이 모두 매각되며서 1조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가진 증권사 매물도 없어서 5조원 기준을 만들 경우 실제 자본확충을 하고 초대형 IB가 되겠다고 의지를 불태우는 증권사들이 없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을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4조원의 허들을 하나 만들어서 3조원 대의 증권사들에게 초대형IB로 올라설 동기를 부여함과 동시에 이미 4조원을 넘긴 증권사들에게는 8조원이라는 또 하나의 기준을 제시해 덩치를 더 키울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함으로 풀이됩니다.
<앵커2>
그 동안도 금융당국이 초대형IB를 육성하겠다고 해서 일부 증권사들에게 이미 혜택을 주고 있지 않았나요? 이번 육성책은 효가가 좀 있을까요?
<기자2>
일단 업계 반응은 괜찮습니다.
자기자본 3,4,8조원에 제시된 신규 업무에 대한 인센티브가 상당히 괜찮다는 겁니다.
증권사들이 인수합병을 하든지 아니면 증자를 통해서라도 이 신규업무를 하고 싶어한다는 것이죠.
특히 만기 1년미만의 어음, 발행어음이라는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을 반기는 분위깁니다.
더불어 레버리지와 신용공여 한도 등 건정성 규제 부분도 같이 완화되면서 자금조달과 자금운용 보폭이 동시에 늘어나 IB부문의 투자 수익성이 개선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줄 것이란 기대입니다.
실제 투자은행으로써 제대로 기능할 하려면 증권사들은 양호한 투자물건이 나오면 순간적으로 레버리지를 크게 일으켜 풍부한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인수해 비싸게 되팔거나 다양한 상품으로 유동화해서 수익을 내는데, 그간은 여러가지 건전성 규제 등에 걸려서 가지고 있는 자기자본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불평들이 있었습니다.
<앵커3>
그렇다면 증권사들이 이런 혜택을 받기 위해서 M&A 등 덩치 키우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가 되겠네요?
<기자3>
맞습니다.
당장 자기자본 3조원대의 KB투자증권, 삼성증권, 한투증권 등이 4조원으로 덩치 키우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현재 현대중공업계열의 하이투자증권이 매물로 나와있는 상태인데요.
하이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이 7천억원 정도됩니다.
물론 얼마에 인수하느냐의 문제가 있습니다만 적정한 가격에 가져오기만 한다면 4조원의 기준을 쉽게 넘어설 수 있습니다.
M&A가 아니더라도 증자 등의 방법을 택할 수도 있는데요.
KB투자증은 현대증권과 합쳐서 자기자본이 3조8천억원인데요. 2~3천억원만 증자하면 4조원 기준을 넘으니 증자의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보입니다.
반면 이미 자기자본이 4조원이 넘는 미래에셋과 NH투자증권은 한결 여유롭습니다.
다른 증권사들이 덩치를 더 키우기 전까지는 이들 두 증권사만 발행어음은 물론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외환 관련 업무 여기에 종합투자계좌도 취급할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앵커4>
자기자본 8조원이면 해외 유수의 글로벌IB들의 수준에 비하면 여전히 작은 수준이죠?
8조원 가지고 흔히 말하는 한국판 골드만 삭스가 될 수 있을까요?
<기자4>
멀리갈 필요도 없습니다. 아시아권의 주요 IB들의 덩치를 살펴보면, 일본의 노무라홀딩스가 28조원이고 중국의 중신증권이 25조원, 해통증권이 21조원입니다.
나머지 10위권 IB들은 자기자본이 10조원 초중반 대 입니다. 일단 국내증권사들도 자기자본이 10조원까지 올라오면 또 다른 그림을 그려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현재 아시아 주요 증권사 8위에 이름을 올린 CIMB라는 증권사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데요. 이 증권사는 말레이시아 증권사입니다. .
일본과 중국은 그렇다치더라도 우리가 말레이시아 증권사보다 뒤쳐진다는 사실에 놀라시는 분들이 있을텐데, CIMB는 적극적인 M&A로 아시아권에서 덩치를 키운 회사입니다.
자기자본 8조를 넘어 10조로 갈려면 이제 국내 증권사들도 해외 M&A를 고려하지 않고는 힘들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현재 미래에셋이 7조원 수준으로 아시아권 주요증권사 1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대신 대마불사라는 생각도 위험해 보입니다.
물론 자기자본이 커지면 증권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덩치를 키운다고 수익성이 좋아지거나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금융당국도 증권사들도 경쟁력 있는 증권사가 대형화해야지 대형화 한다고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명심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