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리 개미떼' '심해어 투라치', 가스냄새 괴담 확산…과학적 해석 들어보니

입력 2016-07-26 02:04


부산과 울산에서 발생한 가스 냄새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으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각종 억측과 루머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특히 이달 5일 규모 5.0의 지진을 겪은 시민들의 불안심리와 겹쳐 인터넷과 SNS를 중심으로 괴담 수준의 소문이 번지고 있어 정확한 원인규명이 시급하다.

지난 5일 울산 지진으로 부산과 울산 시민들은 지진동의 위력을 절감했다.

당시 지역소방본부 등에는 "건물이 흔들린다"는 등 수천건의 신고가 접수됐는데, 한 달도 안 돼 가스 냄새 사건이 발생하자 지진 관련 현상이라는 주장으로 번졌다.

인터넷 카페나 SNS에는 지진의 전조현상이 아니냐, 울산 지진 때 땅이 흔들려 석유화학공단 지하 배관과 고리원전이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등의 글이 잇따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만일 지진 전조현상으로 가스가 유출됐다면 이 가스는 '라돈'인데, 이는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아야 한다고 부인했다.

또한 광안리에서 포착된 개미떼 영상도 시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백사장을 검은 띠로 연결한 개미떼의 모습은 동물과 곤충 등이 인간과 달리 천재지변에 미리 반응한다는 상식과 맞물려 곧 재앙이 닥칠 것 같은 공포를 불러일으킨 것.

사진과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지진의 발생을 미리 감지한 개미들이 생존을 위해 대이동을 시작했다고 해석했지만, 전문가들은 "아주 어이없는 해석"이라며 잘라 말했다.

부산대 생명환경과학과 박현철 교수는 "여름 휴가철 백사장에 몰린 사람들이 버린 음식물 등 먹이가 많아졌고 개미가 그 먹이를 찾아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진을 알아챈 개미가 집단이동을 하고 있다는 해석은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이어 "개미 같은 곤충보다 더 민감한 생물인 갈매기나 비둘기 등 조류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은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최근 경남 거제도 구조라 해수욕수장에서 깊은 바다에만 산다는 1m 70cm짜리 투라치가 잡혔지만 이 또한 지진과 관련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투라치는 심해어가 맞지만 해류를 따라 연안쪽으로 밀려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지진과 관련 없다"고 설명했다.

지진 전조설 외에도 가스 냄새의 원인을 두고 다양한 주장이 나왔다.

부산 앞바다에서 가스를 실은 유조선이 운항하다 가스를 유출했다는 설부터, 광안대교 도색작업 과정에서 시너와 가스가 유출돼 냄새가 났다는 얘기 등이 나왔다.

심지어는 북한에서 유독가스를 넣은 미사일을 쐈다는 다소 황당한 억측까지 돌아다녔다.

한 네티즌은 오랜 장마 끝에 특이한 모양의 구름이 뜬 사진을 찍어 올리며 "지진운(地震雲)으로 보인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부산시 공무원 등 수백여명이 지금까지 불거진 온갖 주장을 모두 조사했지만,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부산시는 시민들의 불안이 여전한데도 가스 냄새의 원인을 밝히지 못하자 국민안전처에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국민안전처에 상황보고를 한 부산시는 원인 규명을 건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