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KIA 불펜 붕괴의 원인… 벤치, 성급함을 버려야 한다

입력 2016-07-25 16:14
▲ KIA의 마무리 임창용과 이대진 코치(사진 = KIA 타이거즈)
임기응변식 마운드 운영이 중요한 시점에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지난 1일 임창용이 징계가 해제되면서 고향팀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오랜 만에 1군 마운드에 복귀했다. 이를 계기로 KIA의 최대 약점이었던 불펜진이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를 했던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현재는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있고, 이는 KIA 벤치의 선택이 한 몫하고 있다.

김기태 감독의 임기응변, 거듭 실패가 되고 있다

7월 1일 복귀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임창용은 7경기에 등판했다. 그 결과는 안타깝다.

임창용은 7경기에서 1승 2패 1세이브 2블론 평균자책점 6.14를 기록 중이다. 성적이 말해주듯이 매우 실망스러운 성적표다. 특히 다 잡은 경기에서 2번의 블론 세이브가 발생했다는 것은 중위권 싸움을 하는데 독이 됐다. 하지만 문제는 임창용보다 그를 투입한 벤치에 있다.

김기태 감독은 임창용이 1군 복귀했을 당시, 당분간 필승조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1일 넥센전에 승부가 기운 상황에서 등판해 1타자를 상대했다. 그리고 이틀 뒤인 3일 경기부터 마무리로 투입됐다. 팀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며 여기까지는 문제 될 것은 없다. 문제는 ‘1이닝 초과’ 마무리로 투입한다는 것이다. 결과 역시 모두 실패였다.

1타자를 상대했던 1일과 20일 경기를 제외한 5경기 중 2경기는 1이닝만을 소화했다. 그 결과 1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은 제로였다. 하지만 나머지 3경기는 1.1이닝/ 1.2이닝/ 2이닝을 각각 소화했고 결과는 2패 2블론이었다. 공교롭게도 3경기에서 5이닝 동안 5실점(4자책) 평균자책점은 7.20이었다. 다시 말해 때로는 급박한 상황으로 볼 수 없었음에도 습관적으로 8회 투입을 했다. 혹은 1이닝 이상을 던지게 했다.

만약 임창용이 정상적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퓨처스에서라도 시즌을 소화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사실상 시즌의 절반을 그대로 날렸다는 것이다.(3군에서 피칭은 논외로 하자) 그럼에도 무리한 투입은 최악의 결과로 1패 이상의 충격을 남긴 것이다.

참고로 한국무대에 복귀한 2014년에는 49경기에 등판 1이닝을 초과한 경기는 9경기였다. 이 가운데 8경기에서 1.1이닝을 소화했고 단 한 경기만 1.2이닝을 소화했다. 지난 시즌에는 55경기에서 1이닝을 초과한 경기는 단 5경기에 불과했다.(1.1이닝 2경기, 2이닝 3경기) 삼성과 KIA는 입장이 다르지만 정상적으로 시즌 준비를 하거나 풀타임으로 시즌을 소화할 때도 1이닝을 넘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임창용은 올해 우리나이로 41살의 베테랑이다. 물론 여전히 좋은 기량을 소유하고 있지만 정상적으로 시즌을 준비하지 못했다는 것을 고려했어야 했다. 지 난 겨울 삼성에서 방출된 이후 무적 신분으로 스프링캠프를 소화하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KIA 유니폼을 입었지만 시즌 절반을 징계로 인해 1군을 물론 퓨처스에서도 뛰지 못했다. 따라서 구속이 140km 후반이상이 나오더라도 ‘임창용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KIA 벤치는 한기주도 한 동안 선발로 재미를 보자 계속 투입하다가 더 이상 통하지 않자 그제야 보직을 변경했다. 시즌 초반에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지금은 모험을 할 필요는 없다

모든 것이 전보다 못하게 됐다

아직 갈 길은 멀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임창용이 합류하기 전보다 나은 것이 없다. 올 시즌 개막부터 6월까지 KIA 불펜은 68경기를 소화하며 11승 11패 19세이브 28홀 11블론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5.42였다.

그러나 임창용이 합류한 7월1일부터 현재까지는 14경기에서 1승 5패 1세이브 3홀드 4블론과 함께 평균자책점 7.14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단순 수치로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수치상으로 봤을 때, 차라리 집단 마무리를 하던 이전에 더 나은 성적을 냈다. 블론 숫자나 평균자책점에서는 확연한 차이가 난다.

이는 결과적으로 임창용을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너무 성급하게 활용한 나머지 불펜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임창용이 합류해서 기록한 두 번의 블론 세이브는 두 번의 역전패 혹은 구원실패가 아닌 그 이상의 효과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단적인 예로 20일 경기에서는 8회에만 4명의 투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펜진은 1이닝 동안 무려 6실점을 하며 역전패를 허용했던 것이다.

또한 이날 KIA 벤치는 역전이 당한 상황에서 임창용을 마운드에 올리는 선택도 했다. 그 결과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오히려 상황은 더욱 악화됐던 것.

어차피 지금까지도 KIA의 불펜은 불안했다. 오히려 로또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팀은 중위권에서 잘 버티고 있었다. 그렇다면 무리한 선택을 할 이유는 없다. 확실하게 치고 나가지는 못하더라도 계속 경쟁을 하면서 유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임창용도 100%는 아니더라도 정상궤도에 오를 시간과 윤석민이 복귀할 때까지 시간을 벌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