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크게 다친 생후 10개월, 30개월의 어린 남매가 아직도 중환자실에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2013년 7월 13일 백년가약을 맺은 남모(35) 씨 부부는 정확히 3년 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자식을 두고 땅속에 묻혔다.
남 씨 가족에게 비극이 닥친 것은 지난 11일 오후 5시 9분께다. 사고 당시 남 씨 부부는 아이들 치료를 위해 두 아이를 데리고 강릉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조수석에 타고 있던 아내 박모(30) 씨가 첫째 딸을 안고 있었고, 둘째 아들은 뒤편 어린이 좌석에 안전밸트를 한 채 타고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비극은 정선군 북평면 나전리 국도 42호선에서 일어났다. 반대편에서 오던 1t 트럭이 중앙선을 넘어 남 씨 가족이 탄 그랜저 승용차를 충돌했고, 이 사고로 뒤따르던 또 다른 1t 트럭과 코란도 승용차가 잇따라 추돌했다.
안타깝게도 당시 사고로 남 씨는 현장에서 숨을 거뒀고, 아내 역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눈을 감았다. 아내 박 씨는 숨이 끊어지기 직전 둘째 아이를 차에서 꺼내 바닥에 내려놓은 뒤에야 쓰러진 것으로 전해졌다.
어린 남매는 두개골 골절로 뇌출혈이 발생하고 팔다리가 골절됐다. 한창 부모의 품속에서 행복한 시절을 보내야 할 남매는 원주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다.
결혼기념일을 불과 이틀 앞두고 단란했던 한 가정은 그렇게 파괴됐고, 부부는 지난 13일 한 무덤에 묻혔다.
현재 첫째 아이는 의식을 되찾았으나 사고 후유증으로 잠을 설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가족 김모(48) 씨는 "첫째는 떼쓰기도 하며 엄마, 아빠를 찾고 있다. '빵했어. 빵했어'라며 사고 당시 상황도 기억하고 있다. 둘째는 어려서 말을 못하니 어디가 아픈지도 몰라 안타까울 뿐이다"고 말했다.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유가족들의 슬픔에 가해 차량 보험회사는 분노마저 보탰다.
"두 아이에게 간병인이 필요하다"는 유가족들 요구에 보험회사는 약관을 이유로 간병비 지급을 거부한 것이다.
유가족들은 "보험회사는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 간병비를 받으려면 소송을 제기하라고 했다"며 "아이들에게 더는 상처를 주지 말고 손해배상을 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글을 SNS에 올렸다.
글이 확산하며 보험회사를 질타하는 여론이 일자 보험회사 측은 뒤늦게 간병인을 구해주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러나 보험회사 측은 퇴원 후 통원치료할 때에는 간병비를 지원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유가족들은 또다시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유가족들은 "아이들이 너무 어려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을 수 없는데 교통사고 장애판정을 받아오라는 게 무슨 경우냐"며 "지금 애들이 걷지도 못하는데 장애진단이 없다고 간병비 지원을 안 해주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누리꾼들은 “어디 보험회사냐? 사명 공개해야 한다” “00해상이라고 하던데 여기 가입하지 말아야” 등의 의견부터 “약관에 없는 내용을 보상 안하는 보험사가 나쁜건가요?” 등의 의견까지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사진 = 페이스북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