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전ㆍ현직 현대카드 계약직 영업사원의 인터뷰를 토대로 계약직 사원들의 시점에서 작성했습니다.
제 얘기를 좀 하겠습니다.
저는 현대카드에서 카드 영업일을 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정시 출근해 교육을 받습니다. 정해진 자리에 앉고 들어올 때 지문을 찍기도 합니다. 수시로 상사에게 업무 보고를 합니다.
업무 성과가 좋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습니다. 미달성자를 따로 불러 모아 '부진자 회의'를 엽니다.
심지어 실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어떤 처분도 받겠다는 각서까지 씁니다.
▲ 지난 15일 한국경제TV 이슈N 보도 화면
회사에서 시작한 서비스는 개별적으로 신청해야 하고 때로는 주말을 반납하고 일해야 합니다.
하는 일만 보면 정규직 직원 같지만, 아시다시피 저는 위촉 계약직입니다.
개인사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정규직과 달리 4대 보험도 퇴직금도 기타 수당도 아무것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회사에서는 정규직처럼 일하기를 강요합니다. 회사의 숱한 위법 행위를 보고 몸소 겪고 있는 셈이지요.
지난달에는 회사로부터 문서 한 통이 내려왔습니다. 회원모집수수료 제도가 변경된다는 변경 고지서였습니다.
제가 모집한 고객들 가운데 3명 이상이 3개월 뒤 50만 원 넘게 카드를 쓰지 않으면 수당을 받지 못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불합리한 조건입니다. 특정 개월, 특정 조건을 만족하게 해야 돈을 준다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되면 이전에 고객 수십 명을 모집했어도 수당이 나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개중에는 수당 끊기는 게 무서워 무리하게 불법 영업의 유혹을 떨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수수료 제도를 멋대로 바꾼 데 따른 부작용이 생기는 겁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수수료 체계는 회사 입맛에 맞게 수시로 변경됩니다. 그때마다 우리는 회사 지침에 따라야 합니다.
통지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계약 해지로 이어진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견디다 못한 직원들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일부는 외부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회사가 바뀌길 기대했는데, 회사는 되레 문제를 발설한 사람을 색출하고 있습니다.
내부에서 곪을 대로 곪은 일이 터졌을 뿐인데, 회사는 우리를 탓합니다.
심지어 자꾸 이런 문제가 생기면 부서를 해체하겠다는 협박 아닌 협박도 해요.
▲한국경제TV 보도 이후 현대카드의 보도 관련 교육 현장 (2016.7.8)
휴, 그렇게 힘들면 나가서 딴 일 하면 되지 않겠냐고요?
맞아요. 그러면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쉽게 그만두기엔 마음에 좀 걸리는 게 있습니다.
카드 영업은 사람을 파는 일입니다. 제 인맥을 긁어 카드를 팝니다.
카드사에서 일하면서 절교한 친구도 있고 멀어진 친척도 있습니다.
내 사람 잃어가면서 고객을 모았는데, 회사에선 까다로운 수당 제도를 만들어 제 몫도 챙길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분해요.
솔직히 우리가 나가주면 회사는 좋습니다.
그동안 높은 실적을 올린 직원에게 줄 수수료를 아낄 수 있고, 새 사람을 뽑아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으니까요.
새로 온 직원은 또 우리처럼 주변 사람을 팔아 실적을 내겠지요.
그렇게 돌고 도면 결국 우리 카드 모집인은 소모품처럼 쓰고 버려지게 됩니다.
저는 그게 억울해서 아직 이렇게 남아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회사가 광고에서 그러더라고요.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우리도 열심히 일했으니 그냥 이렇게 떠나야 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