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전판으로 전락한 ‘종교용지’

입력 2016-07-19 17:21
<앵커>

LH 등 공공이 시행하는 택지지구내 종교용지에 투기꾼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종교용지 입찰에 종교관계자가 아닌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게 돼 있기 때문인데요.

투기꾼들은 낙찰 받은 이 땅을 종교단체 등에 되팔아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고영욱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위례신도시에 위치한 종교용지입니다.

종교용지에는 교회나 성당 등 종교시설만 지을 수 있는데도 이 땅을 산 사람은 종교인이 아닌 일반인입니다.

땅주인은 LH로부터 지난해 9월 58억 원에 낙찰 받았는데 이 땅이 필요한 종교단체가 7억 원을 얹어 준다고 해도 안 팔고 있습니다.

애초에 투기 목적으로 샀고 돈을 더 받을 수 있을 거란 판단에서입니다.

<인터뷰>경기도 소재 A 부동산 공인중개사
“논현동에도 크게 매입한 사람입니다. 이 정도 입지라고 하면 이 정도 시세는 가니까 이 정도 시세에 사라 이 분은 이렇게 주장을 하는 거고.”

<기자스탠딩> 고영욱 기자
"종교용지는 집이나 상가를 지을 수 있는 땅보다 싸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투자할 수 있고 희소성 때문에 낙찰받기만 하면 부르는 게 값이 됩니다."

이런 이유로 종교용지 소유주는 종교인이 아닌 일반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실제 세종시의 경우 지금까지 모두 13개의 종교용지 중 11개가 일반인들에게 3.3m²당 평균 300만 원에 팔렸습니다.

<인터뷰>세종시 소재 B 부동산 공인중개사
“실질적으로 종교용지는 실수요자가 산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현행법상 종교용지 입찰 자격을 종교인으로 제한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어차피 종교시설밖에 짓기 못하기 때문에 누가 낙찰 받든지 상관없다는 입장입니다.

시행주체인 LH 역시 법에 위반되지 않는 한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입니다.

<인터뷰> LH 토지판매부 관계자
“토지에 대해서 종교인이 사야 된다는 것을 저희들이 가르지는 않습니다. 저희가 종교단체인지 여부를 가늠 하지는 않습니다.”

종교시설이 들어서야 할 토지가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꾼들의 놀이터가 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한국경제TV 고영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