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이 흔히 바람둥이 기질이 다분한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이유는 내밀한 불안감과 소유욕을 자극해서다. 나쁜 남자는 여자에게 쉽게 곁을 내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언제라도 훌쩍 떠나버릴 것 같은 느낌을 가지게 만든다. 이런 ‘나쁜’ 근성을 가진 남자를 만나면, 대부분의 여자는 초조해지고 급기야 집착하게 된다.
경기불황의 장기화로 생존경쟁이 특히 치열해진 외식시장에서 한 명의 손님이라도 더 끌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24시간 문을 여는 ‘착한’ 영업을 선택하는 식당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오후 느즈막히 문을 열거나 해가 지기도 전에 문을 닫는 등 '나쁜 남자' 스타일의 배짱 영업에도 불구하고 되려 손님이 몰리는 외식업소들이 있다.
짧은 영업 시간이 사람들에게 ‘지금 아니면 안돼!(Now or never!)’라는 조급증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무턱대고 영업시간만 단축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 훌륭한 맛과 서비스는 손님들을 줄세우는 ‘나쁜’ 식당의 기본이다. 여자들이 따르는 나쁜 남자들 대부분은 잘생겼거나 유능하기 마련이다.
▶ 하루 단 7시간 영업
프리미엄 삼겹살 전문점 하남돼지집의 영업시간은 오후 5시부터 12시까지다. 상권 특성에 따라 점심 또는 새벽 영업을 하는 일부 매장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하루 단 7시간만 영업한다. 새벽은 물론 별도 메뉴를 준비해 점심 영업까지 하는 ‘고깃집’이 적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다소 파격적인 운영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7시간 영업정책’은 창업자인 장보환 하남에프앤비 대표의 결단에서 비롯됐다. 창업 전 직장생활 당시 과로와 스트레스로 고생한 기억을 떠올린 장보환 대표가 최일선에서 고객을 만나는 점주와 직원들이 건강 관리를 위해 영업 시간을 과감히 줄인 것이다. 또, 하남돼지집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직원이 고기를 직접 굽고 잘라주는 테이블 서비스 등을 실시하려면 점주와 직원들의 컨디션 유지는 필수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처럼 짧은 영업시간에도 불구하고 하남돼지집의 전국 184개 매장의 월평균 매출은 8,000만원 수준에 이른다. 2012년 6월 가맹사업을 시작해 약 4년 만에 가맹점이 174개로 늘고, 지난해 총 매출액 1,000억원을 돌파했을 정도로 성장세 또한 가파르다. 한 명의 점주가 두 개 이상의 가맹점을 운영하는 다점포율 역시 업계 최상위권인 43%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 저녁 장사 NO! 재료 떨어지면 문 닫아
7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곰탕 전문점 하동관의 영업 시간은 아침 7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코엑스직영점의 경우, 다른 매장보다 조금 늦은 아침 10시30분에 문을 열어 저녁 20시30분에 닫는다. 단, 모든 매장이 미리 끓여 놓은 분량이 다 팔리면 시간에 관계없이 문을 닫는다.
특유의 담백하고 시원한 맛을 유지하고자 재탕, 삼탕 없이 준비 해놓은 분량만 팔고 영업을 마친다. 하루에 사용하는 고기는 약 250~300근으로 곰탕 600~700그릇을 만들 수 있는 양이지만, 오후 3시 정도면 바닥을 보인다. 오후 늦게 명품 곰탕 한 그릇을 맛보고자 하동관을 찾은 고객들이 아쉬움을 안고 발길을 돌리는 이유다.
▶ 10년간 저녁 장사만 하고도 전국구 브랜드
부산에 본사를 두고 전국 약 70여 개 가맹점을 운영 중인 순대곱창 전문점 순곱이네는 저녁 4시에 영업을 시작해 새벽 2~3시 경에 문을 닫는다. 2006년 부산 하단동 뒷골목에 10평 남짓한 규모로 시작한 순대마을돈키호테가 순곱이네의 전신이다. 순대마을돈키호테 시절부터 점심 영업은 하지 않았다. ‘저녁 영업만으로도 장사하는 재미가 충분했기 때문’이라는 게 창업자 안영근 대표의 설명이다.
순대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없으면서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는 수제 순대와 깔끔하게 손질한 신선한 한우 곱창을 듬뿍 넣고 비법 양념으로 끓여낸 ‘순대곱창전골’이 순곱이네 대표 메뉴이다. 칼칼하면서도 개운한 깊은 국물 맛이 일품으로, 식사는 물론 술 안주로도 손색이 없다. 얼큰한 순곱전골을 안주 삼아 소주 한 잔 마시려는 손님과 순대나 순대야채치즈볶음 등 출출한 배를 달래줄 가벼운 야식거리를 찾는 손님으로 늦은 밤까지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 ‘심야식당’ 콘셉트 프렌치 레스토랑
프렌치 레스토랑 루이쌍끄는 점심 영업을 하지 않는다. 대신 오후 6시부터 새벽 1시까지 문을 연다. 밤 9시 정도에 마지막 주문을 받는 일반적인 레스토랑과는 다른, 이른바 ‘심야식당’ 컨셉이다. 늦은 시간 방문해 하우스 와인 한 잔에 안주 하나를 시켜도 눈치를 주지 않는다. 퇴근 등 일과를 마친 후 늦은 시간까지 마음 편히 프랑스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이 부족하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틈새시장을 노린 전략은 적중했다. 지난 2010년 오픈해 짧은 시간 동안 입소문을 타며 손님이 몰린 것은 물론이고, 12년에는 영국 로이터통신과 미국 AP통신이 선정한 ‘서울 강남의 대표 레스토랑’에 이름을 올렸다. 또, 루이쌍끄를 찾은 고객들과 주고 받은 음식과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묶어 ‘맛있는 위로’라는 책을 발간해 화제에 오른 이유석 오너 셰프의 접객 능력도 뛰어나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