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K'에 담긴 조혜령 그리고 키썸(Kisum)의 이야기 [인터뷰]

입력 2016-07-06 14:47
'MUSIK'에는 정말 친한 친구들과 허심탄회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래퍼 키썸(Kisum). 중학생 조혜령이 래퍼가 되기로 한 때는 '쇼 미더 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등의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정도로 지금처럼 힙합이 주류에 오르기 전의 얘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키썸은 중학교 때 처음 무대에 올라 랩을 하고 고등학교 때부터 직접 가사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무대 서는 것 자체를 좋아했어요. 어려서부터 축제 무대에 올라가고 그런 걸 좋아했죠. 노래 부르거나 춤을 추곤 했는데 어느 날 랩, 힙합이라는 장르를 접했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사회 부조리에 대해 얘기하고 직설적이잖아요. 그래서 계속 듣고 따라부르다 보니 랩을 하고 싶어졌어요. 결정적으로 랩 하면서 무대에 서 보니까 그게 제일 재밌더라고요."

키썸의 첫 정규 앨범인 'MUSIK'은 Kisum이자 조혜령이다. 가장 큰 도움이 된 사람을 묻자 진담 반, 장난 반으로 '나 자신'이라고 망설임 없이 대답할 수 있던 이유는 이번 앨범은 '키썸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희로애락이 담겨있다.

"사실 제일 많이 도움이 된 건 친구들이에요. 동네에서 같이 맥주 마시는 친구들. '자유시간'이란 곡이 얼핏 보기엔 남녀 간의 사랑 얘기 같지만, 저는 'Thanks to'같은 곡이라고 말해요. 제가 콕 집어 말할 수 없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는 고마움의 메시지 같은 거예요."

하지만 자신의 속내를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준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오히려 사랑, 섹스 얘기가 더 가볍고 뻔하다. 그런 면에서 'MUSIK'에는 정말 친한 친구들과 허심탄회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저 자신을 꺼내놓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딱히 없었어요. '옥타빵' 가사에는 집 주소가 거의 다 나오고 뮤직비디오에는 심지어 집까지 나와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말을 해도 걱정 안 해요. 전 그 정도로 솔직해지고 싶었어요. 항상 밝고 발랄한 모습만 보여드렸는데 저도 똑같은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는 거죠."

키썸은 이번 앨범이 공개된 후 '쇼미더머니3', '언프리티 랩스타'에 비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곡 전체에서 묻어나는 자연스러움, 위화감 없이 귓속으로 흘러들어오는 가사와 플로우가 인상적이다.

"사실 더 가사가 안 들린다고 하는 분들도 계시긴 해요.(웃음) 제 발음 자체가 원래 좀 둥글둥글해서 그동안 일부러 더 또박또박 발음했었는데 이번엔 그냥 흘러나오는 대로 발음했던 거 같아요. 물론 잘 안 들린다 싶은 부분을 계속 수정했다면 더 또렷하게 들리긴 했겠죠. 하지만 그런 발음조차도 저 키썸, 조혜령이기 때문에 수정하지 않았죠."

지금의 힙합 대세에 대해서 키썸은 "힙합이 사라질 일은 없다. 그러므로 나는 지금처럼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주류 장르가 아니었을 뿐이지 힙합은 계속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의미다. 8~90년대에는 록이, 2000년대에는 아이돌 음악이 그리고 지금은 힙합이 대세가 됐지만, 근 20년이 지난 지금 그렇다고 록이 사라지지 않은 것처럼.



언젠가 키썸같은 래퍼가 되고자 하는 소녀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기회란 건 언제나 주어지지만,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자신이 뭔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운만으로 여기까지 왔다고는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동안의 경험이 준비과정이 되준 거니까요. 항상 겸손하고 초심을 잃지 말고. 맨 처음에 가졌던 열정 그대로 꾸준히 하면 되는 거 같아요. 판에 박힌 말이지만, 저는 이 말밖에 할 수 없어요. 제가 그랬기 때문이죠. 그런데 래퍼가 된다는 게 성공이 보장된 거도 아니고 어려운 선택이잖아요. 한 사람의 인생이 걸려있는 문제라서, 제가 그 사람의 인생을 책임져줄 수 없어서 쉽게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저는 계속하라고 해요. 일단 10년만 해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