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어난 인천 유나이티드, 그들의 특별한 여름

입력 2016-07-04 13:20
수정 2016-07-04 14:17
▲ 66분, 벨코스키의 결승골 순간!

아무리 홈 경기라지만 상대는 최근 3연승 휘파람을 불며 강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상주 상무였다. 득점력도 12개 클래식 구단 중 단연 으뜸으로 3연승 10득점 2실점 행진중이니 인천 유나이티드로서는 잔뜩 움츠리고 군기 바짝 든 그들을 상대해야 했다. 그런데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진 것이다. 꼴찌나 다름없는 인천이 상주의 발목을 제대로 잡은 것이다.

김도훈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29일 오후 7시 30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16 K리그 클래식 17라운드 상주 상무와의 홈 경기에서 후반전에 터진 벨코스키의 짜릿한 발리슛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기고 강등권 탈출 가능성을 널리 알렸다.

상주 상무는 군 팀의 특성상 각 구단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들이 실력으로 엄선된 팀이다. 근무 연한이 제한되어 있어서 조직력을 극대화하기가 쉽지 않지만 개개인의 능력은 매우 뛰어난 팀이다. 그런데 이번 시즌 성적도 꽤 좋은 편이다. 26일에 끝난 16라운드를 기준으로 5위까지 치고 올라올 정도로 사기가 최고조였다. 득점 기록만으로도 2위 FC서울에 1골 모자란 공동 2위(상주 상무, 제주 유나이티드 32득점)다. 매 경기마다 2골 이상씩 터뜨릴 수 있는 수준급의 공격력을 장착한 부대 그 이상의 팀이라는 얘기다.

이에 꼴찌에서 겨우 벗어난 인천 유나이티드의 17라운드 상대로는 정말 버거운 그들이었다. 더구나 간판 수비수 이윤표가 지난 라운드 광양 원정 경기(전남 드래곤즈 1-0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퇴장당하는 바람에 인천은 '김대중-조병국-요니치'의 쓰리 백을 아슬아슬하게 내세워야 했다.

수요일 저녁 뚜껑이 열린 이 승부는 좀처럼 예측하기 힘들었다. 전반전에 나온 상주 미드필더 박수창의 결정적인 헤더 슛을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조수혁이 각도를 침착하게 잡고 막아낸 것이 첫 번째 고비였는데 이를 잘 넘겨주었고, 2011~2012년 두 시즌 동안 인천 유나이티드의 유니폼을 입고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8득점 1도움의 준수한 기록을 남긴 날개공격수 박준태가 유연하면서도 빠른 드리블 실력으로 인천 유나이티드의 수비 라인을 크게 흔들 때 베테랑 수비수 조병국의 커버 플레이가 돋보였다.

이같은 고비를 끈질긴 수비력으로 잘 넘긴 인천 유나이티드는 후반전에 들어가서 기막힌 한방을 터뜨리며 활짝 웃었다. 66분, 골키퍼 조수혁이 길게 차 올린 공을 골잡이 케빈이 듬직하게 머리로 떨어뜨려주었고 여기서 높게 튄 공을 따라서 돌아들어간 마케도니아 출신의 공격수 벨코스키가 기막힌 오른발 발리슛을 적중시킨 것. 상주 상무의 골키퍼 오승훈이 깜짝 놀라 오른쪽 톱 코너로 빨려들어가는 결승골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이에 상주 상무의 조진호 감독은 부진했던 왼쪽 측면 미드필더 임상협을 빼고 신병 신진호를 급하게 들여보냈지만 인천 유나이티드의 짠물 수비는 벨코스키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냈다. 조병국과 요니치의 듬직한 수비력이 어느 경기보다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이로써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10위 전남 드래곤즈를 넘어설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되었고, 5위였던 상주 상무는 7위까지 순위표가 내려앉았다.

특히, 꼴찌였던 인천 유나이티드가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 5월말부터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지난 5월 28일 성남 FC와의 원정 경기에서 골잡이 케빈의 극적인 결승골로 시즌 첫 승리를 기록한 뒤부터 살아나기 시작하여 6월 29일 17라운드 상주 상무와의 이 경기 1-0 승리 기록까지 그들에게 특별한 여름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웅변하고 있다. 딱 한 달 동안 3승 2무 1패(6득점 3실점)를 기록한 것이다. 대전 시티즌과의 FA컵 펠레 스코어 승리 기록까지 포함하면 보는 이들의 눈이 더 커진다. 정규리그 2무승부도 상대 팀이 수원 블루윙즈와 전북 현대였으니 인천 유나이티드의 늑대 축구가 다시 부활할 조짐을 보여준 셈이다.

이제 인천 유나이티드는 7월 3일 오후 6시 제주 유나이티드(3위)와의 홈 경기를 통해 10위 자리까지 노리게 된다.

2016 K리그 클래식 17라운드 결과(29일 오후 7시 30분, 인천축구전용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1-0 상주 상무 [득점 : 벨코스키(66분,도움-케빈)]

◇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최근 1개월 성적표(왼쪽이 홈 팀)
5월 28일 성남 FC 0-1 인천 유나이티드
6월 11일 수원 블루윙즈 2-2 인천 유나이티드
6월 15일 인천 유나이티드 2-0 수원 FC
6월 18일 인천 유나이티드 0-0 전북 현대
6월 22일 인천 유나이티드 3-2 대전 시티즌 [FA컵]
6월 25일 전남 드래곤즈 1-0 인천 유나이티드
6월 29일 인천 유나이티드 1-0 상주 상무


◇ 2016 K리그 클래식 17라운드 현재 순위표
1 전북 현대 35점 9승 8무 29득점 19실점 +10
2 FC 서울 30점 9승 3무 5패 34득점 24실점 +10
3 제주 유나이티드 27점 8승 3무 6패 32득점 26실점 +6
4 울산 현대 27점 8승 3무 6패 17득점 20실점 -3
5 성남 FC 26점 7승 5무 5패 28득점 22실점 +6
6 포항 스틸러스 24점 6승 6무 5패 23득점 18실점 +5
7 상주 상무 23점 7승 2무 8패 32득점 29실점 +3
8 광주 FC 23점 6승 5무 6패 21득점 22실점 -5
10 전남 드래곤즈 15점 3승 6무 8패 18득점 24실점 -6
11 인천 유나이티드 FC 15점 3승 6무 8패 14득점 22실점 -8
12 수원 FC 12점 2승 6무 9패 10득점 27실점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