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여중생 은비(가명)가 사라졌다. 6일 만에 돌아온 은비는 그동안 하루에 한명 꼴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법원은 은비에게 성폭행 피해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은비는 성매매를 했다는 것이다. 소녀가 사라졌던 6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1일 방송되는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13살 소녀 은비가 왜 성폭행 피해자가 아닌 자발적 성매매자로 오인되었는지 그 이유와 문제점을 짚어본다.
◆ 자신의 방에서 사라진 소녀
2014년 6월 6일. 은비의 엄마는 딸의 방문을 열자마자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방 안에 있어야 할 딸이 흔적 없이 사라진 것이다. 곤히 잠들어 있는 딸을 깨워 함께 아침식사를 하려던 엄마는, 은비가 없어진 것을 알자마자 경찰서로 향했다. 누군가 침입한 자취도, 저항의 흔적도 없었던 은비의 방은, 주인만 사라진 채 그대로 있었다. 여중생 은비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납치 됐다고 바닥에서 굴렀죠. 아침에 6시 반에 (딸한테) 전화가 왔어요. 그게 (딸하고 저의) 마지막 통화였거든요. 분명히 차 문 닫는 소리가 났었거든요.” - 은비 어머니 인터뷰 中
◆ 한 통의 전화. 그리고 은비의 이상한 행동
갑자기 없어진 딸에게서 전화가 온 것은 새벽 무렵이었다. 전화를 걸어 대뜸 엄마에게 ‘화났냐?’고 물었다. 그리고 은비는 알아듣기 어려운 이상한 말을 했다고 한다.
“이상한 아저씨가 여길 데려다줬어. 아저씨가 집에 데려다준다고 했어. 그런데 무서워서 화장실에 간다고 거짓말했어.”
횡설수설하는 딸의 목소리, 그리고 수화기 너머 들린 차문 닫히는 소리. 엄마는 납치를 확신했다. 위치추적과 동시에 은비가 가지고 있던 휴대 전화의 통화내역을 뽑아 최근 통화자가 누구인지 확인했다. 그들은 모두 은비를 ‘잠깐’ 만나고 헤어졌다고 했다.
돈을 요구하거나 은비의 생명을 위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납치된 줄로만 알았던 딸이 다른 사람들과는 통화하면서 엄마의 전화는 받지 않았던 것이다. 엄마의 전화를 안 받은 것인지, 못 받은 것인지 알 길이 없는 채로 6일이 흘렀다. 수유, 잠실, 천안, 전주, 의정부 끈질긴 위치추적 끝에 은비는 극적으로 인천에서 발견되었다.
“애를 끌고 다니면서 앵벌이를 시키는 것은 아닌지 별 생각을 다 했죠. 무서운 애들이, 날라리들이 딸을 끌고 다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죠. 별 생각이 다 들었어요.” - 은비 어머니 인터뷰 中
◆ 피해아동청소년과 대상아동청소년
발견 당시, 마치 약에 취한 것처럼 은비는 엄마를 알아보지도 못했다. 눈이 풀린 채 반항하는 아이를 통제하지 못해 경찰은 은비에게 수갑을 채우기까지 했다. 당시 은비는 거지꼴을 한 채 악취가 심한 상태였다. 은비가 사라졌던 지난 6일간 이 소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6일 만에 집으로 돌아온 은비는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환청과 환시에 시달리며 심지어 자해시도까지 했다고 한다. 은비의 엄마는 6명의 성폭행 가해자를 고소하였으나 이상하게도 법원은 은비가 피해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은비는 피해자가 아닌 성매수 대상아동이라는 것이 법원의 판결이었다.
성매수자의 상대방이 되는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아동청소년이’라고 한다. 13살이 그 기준이다. 강압성이나 폭력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13살 소녀와 성관계를 한 남성을 성폭행 가해자로 처벌하지 못한다. 이 아이들을 온전한 피해자로 보지 않겠다는 것이 사회적 인식이다. 과연 여기에 어떤 문제점은 없는 것일까?
11일 방송되는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6일간 실종되었던 은비의 사건을 통해 대상아동청소년 규정의 맹점을 지적하고 해결책은 무엇인지 모색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