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세계로 알리겠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이 말을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민휘아트주얼리의 정재인 작가의 이름 앞에는 ‘주얼리 외교관’, ‘미모와 재능을 겸비한 서울대학교 출신의 엄친딸 작가’. ‘K주얼리의 주역’, ‘사극과 현대극, KPOP을 오가는 유일무이한 한류 스타 작가’, ‘최연소 궁중 장신구 작가'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그녀는 우리나라 고유의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을 일깨우는 변화를 주도하며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온 선구자로 손꼽힌다.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전통 왕실 장신구로 세계적인 대회에서 1등상을 차지하고 ‘선덕여왕’ 고현정의 장신구를 제작하는 등 우리 고유의 아름다움을 연구해 온 어머니 김민휘 디자이너의 신념을 이어나가고 있는 그녀는 지금 세대는 물론 미래의 세대까지도 그 가치를 생활 속에서 향유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구식으로 여기는 우리 전통문화에 끊임없이 애정을 가지고 줄곧 새로운 목표를 써온 그녀는 전통을 지키면서도 시대에 맞는 감각으로 재생산하여 한국적인 미학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 고유의 아름다움이 세계에서 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전통은 구식이고 세련되지 않다고 여겨지는 것이 매우 유감스러웠죠. 전통 장신구의 시장은 없다며 제가 하는 일을 말리는 사람들은 지금도 많지만 어머니 때는 더 많았어요. 지금까지 계속해서 열정을 쏟고 있는 어머니가 존경스러워요. 그래도 지금은 인식이 많이 좋아졌어요. 예전에는 ‘전통은 낡은 것’이라는 인식이 더 많았죠.”
어머니가 겪은 일들을 옆에서 다 봤기에 이런 인식의 변화들이 더 크게 느껴진다는 그녀는 오늘날 한국의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게 된 현실이 감격스럽다고 한다. 한류 콘텐츠를 통해 디자인을 활발하게 선보이는 그녀이기에 해외 초청 전시 제안도 꾸준히 받고 있는데 올해 안에 예정된 해외 전시만 5건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한류에 아직 전통의 자리는 없는 것이 아쉽다며 우리의 문화 콘텐츠의 힘을 통해 한국의 전통 문화까지 세계로 알려지게 하고 싶다는 기특한 바람도 드러냈다.
한류, 한류 하면서 가장 한국적인 전통의 자리가 아직 없는 것이 아쉽다는 그녀의 말은 분명 우리 모두가 생각해 볼 대목이다. 그녀가 비단 전통 장신구에만 머물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가장 큰 이유이지 않을까. 그녀의 야무진 행보는 그녀의 진심 어린 말들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의 한복 패션쇼, 그리고 SBS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로 화려하게 데뷔한 그녀는 데뷔작으로 한국 장신구에 대한 관심을 전 세계적으로 이끌어냈다. 이후에도 빽빽하게 채워진 그녀의 필모그래피 속 작품들은 모두 다른 얼굴로 다른 말들을 하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 ‘조선총잡이’, ‘야경꾼일지’, ‘가면’, ‘용팔이’, ‘암살’, ‘사도’ 등 장르를 넘나드는 드라마와 영화를 종횡무진하며 장신구의 영역을 세계인의 관심을 받도록 만들어낸 그간의 행보는 그녀의 저력을 말해준다. 칸 영화제에 진출하며 연일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장신구들 역시 그녀가 디자인한 작품들이다.
매년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며 아름답게 선보여진 그녀의 장신구는 그 자체로도 문화 외교의 역할을 하게 됐다. 그녀는 각 작품마다 새로운 멋을 선보임으로써 기존의 ‘전통’하면 떠오르던 일괄적인 이미지들을 깨뜨렸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젊은 디자이너의 역량은 우리 전통의 가치를 재조명받게 해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녀의 작품에 대한 관심과 작품의 영향력은 객관적인 수치상으로도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그녀가 디자인한 ‘별에서 온 그대’ 수정죽절비녀는 한류 관광 마케팅의 가장 성공적인 이정표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박물관 측은 그녀의 비녀를 전시한 이후, 월 평균 3,000여명의 관광객이 박물관을 찾게 되었는데, 이는 박물관이 설립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는 공식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또한, 얼마 전에는 6,000여명의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이 ‘별그대’ 비녀 기념품에 소망을 적는 이벤트를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120억원의 경제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처럼 그녀의 디자인은 높은 안목의 아티스트와 대중문화 관계자들을 넘어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강력한 힘이 있다. 한류 콘텐츠를 똑 부러지게 활용해서 한국 전통의 새로운 아름다움을 국내에 소개하고 세계로 전파하고 있는 그녀에게 국위선양의 일등 공신이라는 타이틀도 아깝지 않을 것 같다. 아름다운 우리 고유의 멋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은 국가의 이미지 수준 그리고 브랜드 가치마저 더욱 상승시켜 줄 테니 말이다.
어느 누구와도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지 않은 그녀의 인생에 전환점을 마련해 준 것은 배우 김태희가 조선 시대 패션 디자이너로 분한 SBS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로 ‘장옥정’은 그녀에게 있어서 운명적인 작품으로 손꼽힌다. ‘장옥정’의 주인공 김태희는 그녀의 서울대학교 과 직속 선배이기도 하다.
"서울대학교에서 의상을 공부했다고 하면 다들 처음 하는 말이 “김태희씨의 후배네. 김태희씨 봤어?”에요. 나이 차이가 있다 보니 김태희 선배님을 학교에서 뵌 적이 없었어요. 근데 계속해서 그 말을 듣다보니 내가 선배님을 한 번 봐야 되는 건가 싶었죠.(웃음) 그러던 중에 선배님께서 주인공인 ‘장옥정’이 기획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장옥정’이 패션디자이너로 등장해 의상과 장신구가 중요하게 나온다고 하는데 하고 싶었어요. 선배님께서 장신구가 잘 돋보이도록 신경 써주신 덕분에 호평을 받을 수 있었어요. 이번에 ‘용팔이’ 때도 USB를 한 바퀴 돌리는 연출을 해주신 덕분에 디자인이 잘 나오게 됐는데 선배님의 아이디어였대요. ‘용팔이’는 협조 자막 중에 민휘아트주얼리만 단독 자막이 나왔을 정도로 참여 분량이 큰 드라마였지만 아직까지는 선배님을 옥정이로 기억하고 싶어서 현장에 가보지는 않았어요. 멀리서나마 항상 응원하고 감사드리고 있어요."
전통 장신구 중에서도 특히, 궁중 장신구를 아름답게 디자인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민휘아트주얼리기에 궁중 이야기의 비중이 높은 사극의 경우, 어김없이 민휘아트주얼리의 크레딧을 만나볼 수 있다. ‘사임당, 더 허스토리', '보보경심: 려’, ‘화랑: 더 비기닝’역시 궁중 이야기가 담겨 있고, 민휘아트주얼리의 장신구가 함께 한다. 특히, 이 세 작품은 한중 합작 사전 제작 작품으로 100억원 이상의 거대한 자본이 투입된 대형 드라마라는 점에서 더욱 더 관심이 높다.
'보보경심: 려’와 ‘화랑’은 고려시대와 신라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이때까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궁중 여인들의 아름다운 장신구들을 주로 선보여 온 그녀에게 또 다른 도전일 터. 그녀는 삼국시대 디자인으로 이태리와 유네스코 등 세계 대회의 1등상을 수상하며 정통 왕실 장신구의 권위자로 알려진 어머니와 함께 열심히 작업 중이라고 전했다.
두 작품은 남자들의 장신구 비중이 크다. ‘보보경심: 려’는 이준기, 강하늘, 홍종현, 엑소 백현, 남주혁, 지수 등 꽃황자들이 출연하고 ‘화랑’은 박서준, 박형식, 샤이니 민호, 방탄소년단 뷔, 도지한, 조윤우 등 꽃미남 배우들이 총 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함께 작업하고 있는 배우들은 어떠할까.
“이준기씨는 ‘아랑사또전’과 ‘조선총잡이’에도 함께 했었는데 때마다 장신구가 잘 비춰지도록 도움을 많이 주셔서 항상 감사해하고 있어요. 센스 있고 유쾌한 분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좋았던 기억밖에 없는 분이라 다시 만나게 돼서 반갑고 좋아요.”
“강하늘씨는 스타일리스트 팀에서 저희 숍에 오시는데 스타일리스트 분께서 강하늘씨가 정말 좋은 분이라고 말씀해 주신 적이 있어요. 저도 실제로 만나 뵙고 좋은 분이라고 느꼈죠. 처음 봤던 날에도 PD님께서 원래 아는 사이냐고 물어보실 정도로 친근하게 대해주셨어요. 저도 그렇게 처음 보더라도 평소에 우리 주얼리를 협찬 받는 분들은 만나면 반갑고 좋아요.”
“홍종현씨는 장신구 설정이 많은 캐릭터다 보니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해봤는데 좋은 사람 같아요. 홍종현씨가 차갑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전혀 안 그래요. 겸손하고 친절하세요. 장신구에 대한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좋아요.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템까지 말씀해주셔서 제가 더 도움을 받고 있어요. 꼭 장수하셨으면 좋겠어요.(웃음)”
“백현씨는 처음 만남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대본 리딩 때 모든 배우 분들의 손가락 사이즈를 쟀는데 백현씨는 공연 때문에 바로 출국해야 된다고 해서 리스트에 없었어요. 근데 제가 다른 배우 분들을 다 만난 다음에 백현씨가 제게 오셨어요. 꼼꼼하게 몇 번씩 껴보면서 의견을 내주셔서 그 날 배우 분들 중에 가장 오랫동안 이야기하게 됐죠. 그냥 가도 되는 상황이었고, 먼저 해달라고 할 수도 있었는데 그러시지 않았어요. 백현씨는 캐릭터 설명에 ‘다양한 반지들을 즐겨 착용한다’는 구절이 있기도 해서 더 신경 쓰신 건가 싶기도 했고 감사했어요.”
“남주혁씨는 말이 많지 않으신데 가끔 하시는 말들이 재밌으시더라고요. 제가 ‘화랑’하는 것에 대해서 다른 분들은 가지 말라고 하셨는데 남주혁씨는 쿨하게 안녕히 가시라고 했어요.(웃음) 감독님께서 제게 말씀 하실 때마다 남주혁씨를 꼭 언급 하실 정도로 장신구 착용이 중요한 분이에요. 특이한 디자인의 장신구는 모두 남주혁씨께 해주라고 하세요. 사실 저는 남주혁씨의 장신구가 좀 많지 않나 싶었어요. 남주혁씨가 평소에 장신구 착용을 전혀 안 하시는 것 같아서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걱정도 됐고요. 근데 촬영장에서 우연히 남주혁씨의 아버지를 만나게 됐는데 “주혁이가 이번에 주얼리를 많이 착용한다고 하던데요? 잘 부탁드려요.”라며 반가워 해주셔서 기뻤어요.”
“지수씨는 피팅 때 “제가 반지를 착용하게 된다면 이런 스타일의 반지가 좋아요”라며 어떤 반지를 보여주셨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그렇게 먼저 명확하게 이야기를 하신 분은 지수씨 밖에 없었어요. 디자인하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확실하게 의견을 내주시는 분이 좋게 느껴져요.”
“박서준씨는 소탈하고 유쾌한 분 같아요. 손가락 사이즈 재는데 집에서 발가락 사이즈도 재오겠다고 하시고(웃음) 매번 재밌게 말씀하셔서 박서준씨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면 주변 사람들이 다 즐거워하세요.”
“박형식씨는 ‘가족끼리 왜 이래’ 때도 현장에서 인사한 적이 있었고, ‘상류사회’에서 우리 결혼반지를 착용하기도 하셔서 아무래도 가장 익숙한 것 같아요. 제국의 아이들 유닛 주얼리 때문에 스타일리스트 팀이 자주 방문하고 있기도 하고요. 저번에 감독님께서 제게 무엇을 가장 신경 쓰냐고 여쭤보신 적이 있어요. 제가 반지라고 말씀드렸더니 옆에 계시던 박형식 씨께서 양손을 쭉 피시고는 “열 손가락 다 찰까요?”라고 하셨는데 너무 기뻤어요.(웃음) 제가 박형식씨의 반지를 두 개 보냈거든요. 캐릭터가 변하는 시점이 있어서 은색의 반지는 변하기 전에, 금색의 반지는 변한 후에로 설정해서 드렸는데 첫 촬영 때 본인이 두 개 다 챙겨서 착용 하셨대요. ‘최고다’ 싶었죠.(웃음) 변한 후에는 더 많이 신경 써야 될 것 같더라고요.”
“민호씨는 원래 장신구가 중요한 역할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피팅 때도 제가 민호씨만 안 봤는데 민호씨께서 반지를 많이 챙겨 착용하신대요. 연결사진을 봤는데 정말 많이 착용하셨더라고요. 드라마 연결 사진을 보고 감동 받았던 것은 처음이었어요.(웃음) 사실 민호씨의 반지를 제작하지 않아서 사이즈도 안 맞을 텐데 잘 맞는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귀를 안 뚫으셨는데 귀걸이도 착용하셨고요. 앞으로 많이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민호씨는 현장에서도 칭찬이 자자해요. 그리고 민호씨와 함께 아는 친구들이 있는데, 친구들도 민호씨에 대해서는 칭찬만 해요. 개인적으로 민호씨를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진행 과정만 봐도 왜 그런 좋은 평가들이 있는지 알 것 같았어요.”
“뷔씨는 원래 주얼리를 좋아하신대요. 제가 사이즈를 재고 어느 손에 주얼리를 착용하면 좋을지에 대해 항상 물어봐요. 보통은 평소에 많이 쓰는 손을 말씀하시는데 뷔씨는 양 손에 다 한다고 하셨어요. 그렇게 대답하신 분은 처음 봤는데 반가웠죠.(웃음) 뷔씨는 아직 촬영을 안 했어요. 근데 본인이 주얼리를 좋아하셔서 그런지는 몰라도 미술팀에서 뷔씨에 대한 장신구 설정을 계속 늘려주고 계세요. 볼 때마다 인사도 열심히 하고, 본인 분장이 끝났는데도 다른 사람들이 분장하는 것까지 열심히 지켜보는 모습이 좋아 보였어요.”
“도지한씨는 ‘빠스켓볼’ 때도 만났었는데 늘 밝게 사람들한테 인사도 잘 하고 친절하셔서 좋은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강한 느낌의 장신구를 보냈는데 예쁘게 잘 소화해내시더라고요.”
“조윤우씨는 ‘가면’ 때 만났었어요. 프러포즈 반지를 선물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조윤우씨께서 반지 각도를 다섯 번이나 물어보셨어요. 횟수를 기억하는 이유가 마지막에 “다섯 번 물어보니까 이제 알겠네요.”라고 하셨거든요.(웃음) 그리고 원래 대사에는 없었는데 “이 반지 진짜야. 반지 빨리 껴봐” 같은 애드립을 해주셔서 반지가 더 돋보이게 됐어요. 너무 감사해서 다음에 사극에서 만나게 되면 신경 쓰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만나게 됐어요. 이번에 마침 장신구가 필요한 캐릭터고 또 특수 장신구를 착용하게 되셔서 많이 신경 쓰고 있어요.”
그녀는 함께하는 배우들에 대해 ‘좋아요’, ‘감사해요’를 반복해서 말했다. ‘내 새끼’같은 자신의 주얼리를 착용하는 사람들에게 고맙고 좋은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고 한다. 특히,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도와준다고 표현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인터뷰 도중에 소녀시대 서현이 매장을 방문해서 인터뷰가 잠시 중단됐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앞으로 착용하게 될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다. 특히. 서현에게 평소에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등 개인적인 취향에 관해서도 꼼꼼하게 물어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장신구는 그냥 있을 때와 착용했을 때가 다르게 보여 지기 때문에 그 자체의 아름다움 보다 각각의 어우러짐 그리고 착용감을 중시한다는 그녀는 그래서 착용하는 배우들의 의견을 많이 물어보는 편이라고 한다. 디자인을 할 때 상대방과 상황을 알아가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말도 덧붙였다.
“소녀시대 스타일리스트 팀에서 저희 숍에 오고 계세요. 어제도 티파니씨의 매거진 화보 협찬 때문에 오셨고요. 그래서 그 팀에서 어떤 스타일을 원하는지는 아는데, 서현씨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스타일은 몰랐어요. 서현씨는 그동안 다양한 콘셉트들을 경험해 보신 분이잖아요. 제가 언뜻 보고 추천하는 것보다 본인의 취향을 바탕으로 추천하는 것이 더 좋은 그림이 나와요. 생각보다 강렬한 색감을 좋아하셔서 놀랐어요. 역시 직접 이야기를 해봐야 알 수 있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전통 장신구와 현대 주얼리를 모두 작업하고 있는 그녀이기에 소녀시대 서현의 경우처럼 한 명의 스타를 드라마와 케이팝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만나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최근에 그녀가 디자인에 참여한 트와이스, 갓세븐, 틴탑, BAP, SS301이 모두 1위를 차지하면서 그녀가 작업하는 K팝 장신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더 높아지게 됐다.
그녀의 K팝 주얼리는 럭키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로 그녀가 참여한 팀들의 성적이 좋지만 그녀는 팀이 얼마나 유명한지에 따라 협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녀가 협찬을 결정하는 기준은 유명세가 아닌 신뢰도라고 한다. 기본 사항이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팀은 아무리 유명하더라도 협찬하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로 인터뷰 도중에 FNC에서 데뷔를 준비 중인 신인 아이돌 그룹 ‘d.o.b'의 스타일리스트가 방문해서 디자인을 상의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최고의 신인 걸그룹으로 손꼽히는 TWICE는 오디션 프로그램 SIXTEEN(식스틴)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고 한다. 오디션 프로그램 때부터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 지금까지 변함없이 좋은 관계로 일하고 있다며 트와이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드라마와 영화, 케이팝을 넘나들며 매번 끊임없이 새롭고 아름다운 콘텐츠를 탄생시킬 수 있는 그녀의 창조적 원천은 무엇일까?
“한국의 콘텐츠가 세계적인 사랑을 받게 되면서 드라마건 K팝이건 하나의 작품이 마무리 됐다고 해서 그걸로 끝이 아니게 됐어요. 영구적인 자료로 남아 두고두고 회자되고는 하잖아요. 다 우리나라의 얼굴이 되는 일인데 어느 하나 대충하고 싶지 않아요. 그런 생각으로 하다 보니 안하던 것도 해보게 되고 없던 일도 만들게 되는 등 일이 많아졌어요. 제가 참여하는 작품에 있어서는 언제나 최선을 다해 좋은 그림을 만들고 싶어요.”
‘어떤 특정한 디자인 스타일 때문에 민휘아트주얼리가 참여한 작품 같다.’가 아니라 ‘뭔가 다르고 잘해서 민휘아트주얼리가 참여한 것 같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처럼 그녀의 작품들 덕분에 대중문화의 색이 한결 다채로워지고 있다. 단순히 당시의 트렌드만을 반영해 반짝하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세월이 지난 뒤에도 자신의 작품과 한국의 콘텐츠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과 책임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일을 하면서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이 만나요. 다들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 하며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들이 멋있고 그런 모습들에 저도 영감을 받아요.”
그녀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을 묻자 "누군가 내가 만든 주얼리를 착용한 모습을 보거나, 화면에 주얼리가 잘 나올 때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디자인 하는 일은 정말 너무나 재미있어요. 새로운 디자인 개발이 자꾸 주어지는 지금의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디자인이라면 뭐든지 다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녀는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신인 디자이너처럼 애정 어린 눈빛과 잔뜩 설레는 표정으로 답했다. 이미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최고의 한류 톱스타들과 작업해 본 디자이너의 말과 표정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뜨거운 열정과 겸손함으로 가득 차 있는 그녀의 진실 된 마음이야 말로 남들과 다른 길을 걸으며 한류 콘텐츠를 세계로 전파해 나가는 그녀만의 원동력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