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립문학관, 공정한 부지 선정이 성공의 첫출발이다.

입력 2016-06-07 10:09
수정 2016-06-07 10:17


국립문학관 부지 선정을 놓고 각 자치단체마다 경쟁이 치열하다.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 24개 지방자치단체가 응모했다고 한다. 과열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광역 자치단체 당 2곳으로 응모를 제한했다는 사정을 감안한다면 이 수치는 자치단체들의 뜨거운 관심을 반증하는 징표이다.

국립한국문학관은 작년 12월 말 제정된 문학진흥법에 따라 설립되는 국가기관이다. 한국문학의 역사를 보여주고 자료를 수집할 뿐만 아니라 한국문학의 대중화를 목표로 설립되는 기관인 것이다. 문학은 공동체의 가장 기초적인 문화콘텐츠라는 점에서 국립문학관의 설립은 오히려 뒤늦은 감이 있다. 중국이나 대만, 일본은 이미 국공립 문학관이 전국에 산재하고 있다고 한다. 국립문학관은 앞으로 문학 관련 콘텐츠를 수집, 보존, 전시, 교육하는 막중한 역할을 할 기관이다. 현재 전국에 70여개의 민간, 공공 문학관이 운영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들 문학관의 핵심적 허브 역할을 할 것으로도 기대된다.

한편, 최근 한국문학은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을 수상하면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문학의 세계화야 말로 한류의 진정한 기초를 쌓아가는 일이다. 반짝 흥행하는 유행과 오래 읽히는 문학은 그 차원이 다르다.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해서도 앞으로 국립 문학관의 역할과 기능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염두에 둔다면 문학관의 내실있는 운영을 위한 준비야 말할 것 없고 문학관이 어떤 위치에 들어서느냐 역시 그 성패를 가름할 만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적정한 부지에 문학관이 들어서야 운영도 제대로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립문학관의 공정한 부지 선정은 문학관 성공의 첫 출발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국립문학관이 들어설 위치를 결정하는 데에 상징성과 접근성, 그리고 확장성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타당한 견해이다. 국립문학관이 들어설 만한 상징적인 위치여야 할 것이며 국민들은 물론이고 외국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앞으로 기능 확대를 감안하면 충분한 확장 공간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렇게 적정한 곳에 국립 한국문학관이 들어서야 내실있는 운영이나 국민들이 사랑하는 문화시설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뜬금없는 장소에다 한번 찾아가려면 길거리에서 시간을 모두 낭비하고 막상 가보니 옹색한 곳이라고 한다면 누군들 그곳에 다시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인가.

그런데 최근에 국립문학관이 어느 자치단체로 이미 내정되었다는 소문이 들린다. 그런가 하면 정치적인 배려가 작용해서 어느 곳이 유력하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평가위원회의가 아직 개최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런 얘기가 나온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국립문학관의 성공적인 운영을 열망해 온 사람으로 그런 소문이 호사가들의 단순한 입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무시해버리면 그만이지만 혹시나 노파심에서 한마디 보탠다.

국립문학관은 건립하는 데에만 국민의 세금이 500억 가까이 들어간다. 엄격하고 공정한 심사와 투명한 절차가 무시된다면 그것은 국민의 세금 500억 원을 낭비해 버리는 범죄행위에 가까운 일이 될 것이다. 이미 24개의 지방자치단체가 눈을 부릅뜨고 그 과정을 바라보고 있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이 정말 뜬소문에 그치기를 기대한다. 국립문학관의 부지 선정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는 것이야 말로 국립문학관의 성공을 위한 디딤돌임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현식(문학평론가, 한국근대문학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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