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라인13] 6/2 박문환의 머니칼럼

입력 2016-06-02 15:22

[증시라인13]
박문환의 머니칼럼


-시진핑의 노림수

사상 초유의 이벤트가 발생했습니다.
미국 재무부가 오늘 새벽에 북한을 최초로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했는데요, 지난 2005년의 <방코 델타 아시아(BDA)>의 돈줄을 막아버림으로서 곧장 북한의 항복을 받아내었던 것과 같은 스타일의 금융 제재를 시작한 것입니다.

미국은 신고립주의 이후 북한을 어지간하면 내버려 두는 상황이었습니다만 최근 4차례에 걸친 핵실험이 어느 정도 핵탄두의 경량화에 성공했다는 우려감에 더해서 최근에는 잠수함에서의 발사까지 일부 성공을 하면서 바야흐로 상품성 있는 핵을 조만간 보유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 무기가 이란이나 시리아 등 중동으로 흘러 들어갈 경우 자칫 힘의 균형이 깨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에 아예 자금줄을 끊어서 더 이상 핵개발을 못하게 하자는 취지인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요기까지 말씀드리고 뉴스 하나를 더 말씀드리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격인 <리수용> 당중앙 부위원장과 회동했습니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요?
지금까지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 이후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에 동참했었습니다.
특히 대중국파인 <장성택>이 처형당한 이후 중국은 더욱 북한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었는데요. 북한과의 교류가 크게 줄었다는 것은 4월 중국의 대북 수입 규모가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급감했다는 점을 통해서 입증 될 수 있습니다.

중국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다고 생각한 북한의 노동신문 등에서는 연일 중국에 대해 매우 강경한 어조의 비판이 도배를 했었습니다.
심지어 핵을 의미하는 <불벼락>이 떨어질 곳이 미리 정해진 것은 아니라면서 우회적으로 중국에 대해 핵도 불사할 수 있음을 그들 고유의 어조로 경고하기도 했었지요.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시진핑이 리수용을 만났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아무리 리수용이 북한의 핵심 실세라고는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선 것도 아니었고 지금까지 북한과 거리를 두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기껏해야 왕이 외교부부장이나 혹은 아주 후하게 대접을 해도 리커창 총리가 나올 것으로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리수용을 만나러 시진핑주석이 직접 나왔고 양측은 이구동성으로 <관계복원>을 강조했습니다.

그럼 처음부터 다시 정리를 해보죠.

해외에서 북한 돈은 통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미우나 고우나 달러를 쓸 수밖에 없는데요. <자금 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을 하게 되면 모든 금융 거래에 제약을 받게 되기 때문에 북한은 필요한 달러를 조달할 수가 없게 된다는 것이 이번 조치의 핵심 포인트입니다.
과거 BDA 제재 이후 북한이 단 몇 일만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야말로 달러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로 북한은 달러에 대한 조달 경로를 수정했습니다.
미국이라도 함부로 중국은 건드릴 수 없다는 생각에 대부분의 북한 계좌는 중국에 숨겨두기 시작했지요.
게다가 거액 계좌는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판단에 여러 이름으로 분산해서 소액으로 잘게 쪼개놓았기 때문에 사실 상 중국의 도움이 없다면 북한에 달러 공급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아쉽게도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까 지난 2005년 방코델타 아시아 때처럼 북한이 몇 일만에 항복하는 경우와는 중국의 도움이 없다면 별 효험이 없을 수도 있다는 말이죠.

시 주석은 그런 부분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 위원장의 관계 복원을 위한 메시지에 매우 적극적으로 호응했습니다.
시 주석은 리수용 부위원장과의 회담에서 "중국은 북중 우호협력 관계를 고도로 중시한다"면서 "북한과 함께 노력해 북중 관계를 수호하고 돈독히 하고 발전시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그저 외교적 수사를 나열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중국과 북경을 도로는 물론 철도로도 연결되어 있는 <투먼 국제 물류센터>의 개장 소식도 알리는 등 지금까지 소원했던 중국과 북한이 다시 돈독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요기까지가 팩트입니다.

그럼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반응입니다.
북한은 최근 미국과의 대화도 거절당했고 우리 정부와의 대화도 거절당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오로지 중국 뿐이었는데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계좌를 잘게 쪼개서 중국에 숨겨 두었기 때문에 중국이 협조를 하지 않을 경우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 지정은 별로 의미가 없기 때문에 과거 방코델타 아시아 때처럼 단기간에 북한이 손을 들 것 같지는 않습니다.

둘째 그렇다면 시진핑이 갑자기 돌변해서 북한과 우호적 관계를 복원하려는 의도가 궁금해집니다.
저는 시진핑 주석이 리수용을 직접 접견한 것 자체가 미국과의 <딜>을 위한 포석이라는 생각입니다.
미국은 최근 남중국 해 영유권 분쟁을 둘러싸고 중국을 압박해왔었습니다. 최근에 열렸던 G7회의 때에는 대놓고 중국을 비난하기도 했었지요.
이에 대해 불만이 고조되어 있는 상황에서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반덤핑 상계 관세를 너무 혹독하게 부과했는데요. 그런데 마침 북한이 대화를 청했고 이는 중국의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사업기회가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아직도 중국은 북한의 핵에 대해 아무런 논평이 없었습니다.
언제든 핵개발을 포기한다면 이라는 전제를 붙여 다시 북한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말인데요. 이 기회를 통해서 시진핑은 미국과 무엇을 주고 받기를 원할 지 궁금해지는군요.
중미 전략회의는 오는 7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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