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그리는 여자 김민선
하루가 다르게 더워진다. 오후가 되면 햇살이 뜨거울 정도로 날씨가 무덥다. 얼음이 달그락거리며 노란 빛으로 반짝이는 아이스 커피가 땡긴다. 얼음이 달그락달그락 부딪치는 소리까지 너무 좋다. 하루에 연거푸 몇 잔이고 마시게 된다. 때로는 물인지 커피인지 알 수 헷갈릴 정도로 그 어떤 음료보다 청량감을 주기 때문에 더운 날은 모두가 아이스 커피를 들고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몇 잔이고 마시다 보니 가볍고 상쾌한 콜드 브루가 인기가 좋다. 진한 에스프레소를 계속 넘기는 것이 때로는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기 때문에 콜드 브루가 제격이다. 마치 와인처럼 특유의 숙성된 향이 좋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향기에 매료된다.
요즘은 편의점이나 커피숍 어디를 가도 흔하게 접할 수 있고 콜드 브루 전문점도 많다. 어릴 적 기억 속에 투명한 플라스크가 마치 과학실에 들어온 것처럼 느껴졌는데 한 방울씩 떨어지는 커피방울들을 계속 멍하니 바라본 기억이 있다. 비가 내릴 때 계속 빗방울들이 떨어지는 걸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듯이 한 방울씩 떨어지는 커피를 보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콜드 브루란, 찬물 또는 상온의 물을 이용해 장시간에 걸쳐 추출해낸 커피를 말한다. 흔히 워터 드립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명칭은 더치 커피인데 이는 네덜란드풍(Dutch)의 커피라 해 붙여진 일본식 명칭이고, 영어로는 '차가운 물에 우려낸다'는 뜻으로 콜드 브루(cold brew)라고 한다. 뜨거운 물이 아닌 찬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추출하기 때문에 뜨거운 물로 짧은 시간에 추출한 일반 커피에 비해 쓴맛이 덜하며 순하고 부드러운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추출 후 냉장고에서 숙성을 시키기 때문에 와인처럼 숙성된 맛을 느낄 수 있다.
콜드 브루는 두 가지가 유래가 있는데 네덜란드령 식민지에서 커피를 유럽으로 운반하던 선원들이 장기간의 항해 도중에 오랫동안 커피를 마시기 위해 고안한 방법들 중에 하나라고도 하고, 에 살던 네덜란드 사람들이 산 커피의 쓴맛을 없애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라고도 한다.
만드는 방식을 설명하자면, 전용 기구에 분쇄한 원두를 넣고 찬물 또는 상온의 물에 짧게는 3~4시간, 길게는 8~12시간 떨어뜨려서 커피 원액을 추출한다. 이때 추출하는 방식은 점적식과 침출식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점적식을 이용하고 있다.
▲검은 눈물-유리병을 '똑! 똑!' 채우는 커피 방울은 나와 당신이 기억하는 눈물이다.
점적식은 커피가 한 방울씩 떨어지게 하는 방식으로, 이 때문에 더치 커피를 '커피의 눈물'이라 부르기도 한다. 추출되는 커피를 바라보면 마치 커피가 눈물을 한 방울씩 흘리는 것 같다.
1. 원두를 보통 에스프레소와 핸드드립 사이로 분쇄한다. 로스팅 포인트나 본인이 원하는 맛의 포인트에 따라 굵거나 가늘게 조절할 수 있다.
2. 탬핑을 가볍게 해 수평을 맞추고 필터를 깔아서 물방울이 떨어질 때 한곳만 파이는 현상을 막고, 일정한 비율로 접촉할 수 있게끔 한다.
3. 상부의 물 조절용 용기에 물을 채우고(여름이나 더운 날은 얼음 같이 넣는 것이 좋다) 물 조절 밸브를 열어 초당 몇 방울씩 떨어지도록 설정한다.(1초에 3~4방울)
4. 추출한 커피를 밀폐된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2~3일간 숙성시켜준다.
▲날개-커피의 향은 어제의 추억과 곧 다가올 미래에 대한 상상의 날개를 펼치게 한다.
침출식은 용기에 분쇄한 원두와 물을 넣고 10~12시간 정도 실온에서 숙성시킨 뒤 찌꺼기를 걸러내 원액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1.원두를 보통 에스프레소와 핸드드립 사이로 분쇄한다. 로스팅 포인트나 본인이 원하는 맛의 포인트에 따라 굵거나 가늘게 조절할 수 있다.
2. 프렌치 프레스에 물과 커피를 넣고 섞는다. 이때의 비율은 마시는 개인마다 다르다. (보통은 커피(1) : 물(10) 정도)
3. 상온에 두어도 되고 냉장고에 넣어 두어도 된다. 오랫동안 놓을수록 맛이 진하고 깊어진다.
4. 추출된 액체를 커피 필터에 천천히 부어 원두를 걸러낸다. 가루를 함께 우려내다보니 입자가 더 고운 원두 찌꺼기(미분)를 가라앉히는 시간을 주어야 하므로 걸러낸 후에도 4-5시간 정도 가만히 둔다.
5. 미분이 바닥에 진흙같이 완벽히 가라앉았을 때 커피를 다시 한번 걸러낸다. 걸러낸 커피는 밀폐된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2~3일간 숙성시켜준다.
원리 자체는 상당히 간단한데 원두의 분쇄 정도와 물의 맛, 추출 시간이 중요한 작용을 한다. 세 개의 요소들에 따라서 커피의 맛이 천차만별이다. 여러 방법으로 자주 해보고 본인들의 취향에 맞게끔 추출하는 것이 가장 좋다.
추출된 원액은 냉장 보관을 하는데, 하루 이틀 정도 숙성하면 풍미가 더욱 살아난다. 추출 후에도 일주일 정도 냉장 보관할 수 있으며, 계속 숙성이 돼서 매일 다양한 느낌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원액을 얼음과 물을 섞어 마시는 방법이 일반적이고 다양하게 즐기려면 우유나 시럽을 첨가해서 먹기도 한다.
콜드 브루는 과연 카페인이 적은가?
요즘 새롭게 회자되는 콜드 브루의 카페인이 적지 않다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카페인이 거의 없다라는 오해가 있는데 카페인은 뜨거운 물에서 추출되고 찬물에는 추출이 덜 된다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 같다. 카페인은 온도와 시간에 따라 다른데 뜨거운 물보다 찬물이 현저히 적게 나오지만 아무래도 장시간 추출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보니 카페인도 충분히 나오게 된다. 카페인이 적은 건 사실이지만 아주 차이가 나거나 적은 것은 아니다. 카페인을 조금이라도 덜 섭취하고 싶다면 연하게 희석해서 마시는 방법을 추천한다.
여름날 친구 집을 놀러 갔을 때, 투명한 유리병에 콜드 브루를 들고 더위를 식힌 적이 기억난다. 그 어떤 커피보다 기억에 남는 건 무더운 날씨 탓도 있었을 것이다. 같이 마셨던 커피의 색감, 향기가 기억의 그림 한 조각으로 남는다. 콜드 브루가 여운이 있는 커피는 아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마신다면 오랫동안 커피의 맛이 기억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