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편. 자영업자만 못한 직장인, 그러나 희망은 있다

입력 2016-05-23 13:36
우리나라에 일자리가 있는 취업자는 2,370만명이다. 이중에서 근로소득, 즉 봉급생활자는 1,688만명이다. 이 봉급생활자를 우리는 '직장인'이라고 부른다. 직장인은 전체인구의 33%로, 우리나라 사람 세 명중 한 명이 직장인이다. 그런데 직장인은 이렇게 통계적인 숫자로 단순히 규정지을 수 있을까? 직장인(職場人)은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그럼 직장(職場)은 무엇인가? 사전적으로 '사람들이 일정한 직업(職業)을 가지고 일하는 곳'이다. 결국 직장인은 핵심개념은 '직업'이다. 직업은 '생계유지를 위해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기간 동안 계속해서 종사하는 일'을 말한다.

옛날 중국에서 직(職)은 가게에서 장사의 종류를 사람들에게 나타내기 위해 장대에 다는 작은 깃발을 의미했다. 여기에 업(業)이 붙어 '직업'이 되었다. 업(業)은 산스크리트어인 까르마(karma)에서 온 말로 '행위'를 의미한다. 대부분의 인도사상에서 행위는 그것에 대응하는 결과를 산출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이해한다. 결국 동양에서 '직업'이라는 것은 자신이 하는 모든 행위이자 일이며, 그리고 이에 응당한 결과를 만드는 과정인 것이다. 서양에서의 직업에 대한 철학적 관점은 '소명(召命)'이다. 즉,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일의 수행이 아니라 일종에 종교적 관념, 즉 신으로부터 주어진 소명이라는 관념이 함축되어 있다. 그래서 직업을 뜻하는 독일어 Beruf 나 영어 Calling에는 프로테스탄티즘의 의미가 스며들어 있다. 루터는 어떤 환경에서도 세속적인 의무의 수행이야말로 신에게 축복받는 유일한 것이며, 모든 직업은 신 앞에서 평등한 가치를 갖는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직업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숙명적이고 신성한 것이었으며, 직장인 역시 그것을 수행하는 수행자, 수도자와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대한민국 직장인은 정말 그렇게 살고 있을까?

사실 대한민국 직장인은 슬프게도 '생활비' 때문에 일하고, '적은 월급'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직장을 선택하거나 이직할 때도 가장 큰 고려사항은 '월급'이었다. 대한민국 직장인중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사람은 '4년제 대학이상의 학력으로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연봉 6천만원이상의 30대 남자직장인'이였으며, 스트레스의 주원인은 '너무 많은 업무' 였다. 소득이 많을수록 스트레스도 많았지만, 행복도도 상승했다. 꼭 스트레스가 많은 것이 행복하지 않음을 의미하지 않았다. 그런데 대한민국 직장인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연령을 불문하고 '노후불안'이었다. 심지어 30대조차 노후를 크게 걱정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후준비를 하지 않는 직장인 세 명중 한 명꼴이었다. 대한민국 직장인의 노후준비지수는 70%, 노후 부족금액은 2억 5,500만원, 경제수명은 83세로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자영업자보다 노후준비가 안되어 있다는 점이다. 자영업자의 노후준비지수는 74%, 노후 부족금액은 1억 9,000만원, 경제수명은 87세로 직장인보다 나은 노후준비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 직장인의 삶에서 일관되게 관찰된 흐름은 학력이 높을수록, 더 큰 직장에 들어가고, 그 결과 높은 소득을 올리며, 그것이 쌓여 더 많은 자산을 형성한다는 점이다. 즉, 금수저와 흙수저의 출발점이 '학력'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부모들이 자녀교육에 열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 학력, 소득, 자산으로 만들어진 계층의 벽을 뛰어넘을 방법은 없을까? 다행히도 그것은 '자산관리'이다. 실제 직장인이 목표 저축금액과 실제 저축금액은 3배나 차이가 난다. 사실상 저축만으로 원하는 자산을 모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자산관리를 한다면 문제가 달라졌다. 자산관리를 하고 있다는 직장인들의 평균자산은 2.3억원으로 그렇지 않은 직장인보다 8천만원이나 많았다. 자산관리를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비교해서 부채와 생활비는 더 적었고, 월저축액은 2배나 많았다.

더구나 자산관리를 하면 계층간 이동도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본 2천5백만원 미만의 직장인중에 자산관리를 하는 사람들의 자산은 1억3천만원으로,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무려 2배이상 많았다. 이정도 자산규모는 연봉수준이 두 단계나 더 높은 약 4천만원의 직장인 중 자산관리를 하지 않는 사람들의 평균자산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즉, 자산관리를 하면 현재의 소득보다 최소한 두 단계 이상을 뛰어 넘는 계층이동도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자영업자보다도 못한 직장인, 그러나 희망은 있다. 그 희망의 끈은 '자산관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