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아, ‘아나콘다 사건’ 멍에의 11년 “아버지가 나를 죄인취급”

입력 2016-05-23 13:01


배우 정정아가 아버지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중국 여행을 떠났다.

24일 방송되는 EBS1 ‘리얼극장’에서는 2005년 아나콘다 사건을 계기로 멀어지게 된 정정아와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진다.

2000년대 당시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MBC 교양 프로그램 <느낌표> “길거리 특강”의 반장 역할로 대중에게 자신을 각인시킨 정정아. 신선한 캐릭터로 상승곡선을 타던 그녀가 한순간에 몰락한 이유는 바로 <도전! 지구탐험대>의 ‘아나콘다’ 때문이었다. 2005년, 아버지의 환갑잔치를 위한 경비마련 목적으로 촬영을 결심한 정정아는 정글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고, 촬영 도중 아나콘다에 물리는 사고를 당하고 만다. <도전! 지구탐험대>는 결국 안전 불감증의 문제로 폐지에 이르렀고 정정아는 사고에 피해를 본 피해자가 아닌 한 프로그램을 없애버린 재수 없는 연예인으로 낙인찍혔다.

돈을 벌기 위한 쇼, 물의를 일으켜 관심을 끌려는 연예인이란 오해로 정정아는 네티즌과 방송국 사람들의 비난을 홀로 견뎌야 했다.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지만 정작 정정아를 힘들게 만든 장본인은 끊긴 방송도 사라진 인기도 아닌 바로 그녀의 아버지 정대근이었다. 방송국이 입은 피해를 자신이 보상해 주겠다며 찾아가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아버지의 성화를 참을 수 없던 정정아. 모두가 그녀의 편에 서주었을 때도 아버지 정대근만은 끝까지 딸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등을 돌렸다. 결국, 아버지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며 10여 년간 불편한 관계로 살아왔다.

슬하에 2남 1녀를 두고도 가족의 의미와 아버지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아버지 정대근. 그는 아버지 없이 할머니 손에 자라며 돈을 벌기 위해 18살의 어린 나이에 맨몸으로 상경했다. 오로지 성공이 목표였던 그는 한쪽 다리에 장애가 있었음에도 그것을 딛고 죽도록 일만 했고 수백 명의 직원을 거느릴 정도 큰 공장을 경영하기도 했다. 늦은 나이에 지금의 아내를 만나 가정을 꾸렸지만, 사랑을 줄줄도 받을 줄도 몰랐던 정대근의 사랑표현방식은 남달랐다.

부족한 것 없이 자식들의 뒷바라지를 해줬지만, 정대근의 표현법은 극단적이었다. 유복하게 키웠음에도 발전 없이 정체해 있는 아이들을 보면 화가 나고 답답했다. 밑바닥부터 자수성가한 그의 눈에 자식들은 그저 한심한 존재였다. 그런 자녀들을 훈육하기 위한 방법으로 때로는 폭력을 택한 정대근은 이것이 당연한 아버지의 역할이라 생각했다.

그런 아버지에게 큰딸 정정아의 아나콘다 사건은 제일 이해가 되지 않는 일 중 하나였다. 딸의 안위보다 중요했던 프로그램의 손해. 정대근은 딸이 계속 논란을 키우는 것이 이해가 안 됐다. 아버지는 방송국의 피해액을 보상해주면서까지 사건을 무마하려 했으나 결국 프로그램은 폐지까지 이르게 되고, 딸을 용서할 수 없어 지난 11년간 서먹하게 시간을 보냈다.

아직도 아버지가 어려운 딸과 그런 딸을 이해할 수 없는 아버지는 생애 첫 동반 여행길에 올랐다. 단둘이 하는 모든 것이 처음인 부녀는 식사하는 것도 등산하는 것도 낯설기만 하다.

아버지를 향한 두려움과 작별을 고하고 지난 사건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싶은 장녀 정정아는 아버지를 살뜰히 챙기며 가까워지려 노력한다. 세월 앞에 늙어버린 아버지, 스스로 나약해졌음을 인정하는 아버지를 보며 마음이 아려오는 정정아. 아버지도 마흔이 된 딸의 아픔을 매만져보려 하지만 40년 동안 금이 간 부녀의 사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차마 볼 수 없던 아버지의 눈을 보며 과거의 상처들을 조금씩 털어놓기 시작하는 정정아. 아버지는 잘못된 훈육방법과 아나콘다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딸의 입을 통해 전해 듣는다. 어렵게 입을 떼기 시작한 부녀의 일주일간 중국여행. 과연 이 부녀의 여행은 순조롭게 끝날 수 있을까. 방송은 5월 24일(화) 밤 10시 4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