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이 벌어진 지 6일째, 시간이 지나면서 이번 사태를 두고 남성, 혹은 여성 혐오와 연관시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고인을 추모하며 시위를 하던 이들은 욕설을 주고받거나 서로를 비방하며 편 가르기 양상으로 번지기도 하는 모양새다.
22일 오후 추모의 글귀가 적힌 포스트잇 수천장이 빽빽이 붙여진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는 "남성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에 항의한다"는 남녀 10여명이 모여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다.
시위 인원은 시간이 지나면서 수십명 규모로 늘어났고, 추모를 위해 모인 남녀들과 언쟁이 붙다가 급기야 서로를 향한 욕설과 비방으로 이어졌다.
시위 참가자들은 "이번 사건의 피해자를 남성을 공격하기 위한 선전 도구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런 식으로 남녀를 편 가르기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일부 시민들은 "추모의 현장에서 이런 식으로 시위하는 것이야말로 여성에 대한 불만을 조장하기 위한 선전의 일환"이라며 "우리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여성 혐오의 분위기와 강력 범죄 피해자가 주로 여성인 것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려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여성 혐오는 성 대결이 아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며 맞불을 놓는 이들도 생겼다.
양측간 설전이 심화되자 경찰은 병력을 투입해 이들을 갈라놓는 한편 미신고 집회를 이어갈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일부 시위자들은 1인 시위 형태로 시위를 이어가기 위해 흩어졌으나 나머지는 여전히 경찰을 사이에 두고 서로에 대한 비방을 이어갔다.
이번 사태를 처음에는 지켜보기만 하던 이들도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저녁이 되자 200여명이 여러 곳에 흩어져 각자 논쟁을 펼쳤다.
논쟁에 참여하지 않은 시민 중 일부는 갈등이 몸싸움으로 번질 것 같은 기미가 있으면 양쪽을 말리며 큰 충돌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도 했다.
강남역 10번 출구 주변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화환이 10여개 놓였으나, 일부 화환에도 남성 혹은 여성 혐오와 연관된 문구들이 들어 갔다. 관련 글귀가 적힌 일부 포스트잇은 훼손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