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명의신탁은 불법··수탁자 임의처분 횡령죄 아니다"

입력 2016-05-20 10:00
부동산 실제 소유자(명의신탁자)의 부탁을 받고 소유자로 등기한 자(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마음대로 처분해도 횡령죄가 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부동산 명의신탁 자체가 불법인만큼 두 사람 사이에 '믿고 맡겼다'는 관계를 인정할 수 없고, 따라서 타인의 재물을 임의 처분할 경우 적용하는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다.



행위 자체가 불법인데 형법으로 보호할 가치가 없다는 의미도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이다.

이번 판결은 기존 대법원 입장과 달라진 것으로. 그동안 대법원은 부동산을 사들인 실제 소유자가 부동산실명법을 어기고 타인 이름을 빌려 등기하는 이른바 '중간생략 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횡령죄가 된다고 인정했었기 때문이다.

이제 종전 판례는 모두 폐기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일 공동소유 토지에 저당권 등기를 설정해준 혐의(횡령)로 기소된 안 모(58)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명의신탁은 불법이며,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에 사실상 위탁관계가 있다고 해도 보호할 가치가 없다"며 "따라서 수탁자는 횡령죄의 주체인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로 볼 수 없어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중간생략 명의신탁은 무효이고 소유권은 매도인이 여전히 보유한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을 사들인 사람이 남의 명의로 등기하는 '중간생략 명의신탁'은 분명한 불법이므로 부동산 매매계약 자체가 무효라고 판단한 것이다.

안 씨는 2004년 A씨 등 3명과 함께 충남 서산시 일대의 논 9,292㎡의 절반을 4억9천만원에 구입했다.

비용은 안 씨가 1억9천만원을, 나머지 3명이 3억원을 부담했다.

다만, 나중에 논을 되팔기 편하도록 논의 소유권을 전부 안 씨의 명의로 돌려놓고, 등기까지 끝냈다.

이후 안 씨는 2007년 B씨에게 6천만원을 빌리면서 공동 소유자인 A씨 등의 허락을 받지 않고 이 논에 B씨의 근저당권을 설정해주고 등기까지 해줬고 이듬해에도 농협에서 5천만원을 대출받고 논에 근저당권 설정과 등기를 했던 것.

검찰은 안 씨가 투자금액 지분 비율에 따라 A씨 등이 갖는 지분 약 61%(30/49)를 횡령했다고 보고 기소했고 1심과 2심은 "안 씨 만이 부동산의 단독매수인이라고 볼 수 없다"며 "수탁자인 안 씨는 A씨 등을 위해 보관하는 자여서 횡령죄 주체가 된다"며 유죄를 선고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돈이나 재산에 관련된 부분은 철저하게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

돈이 문제가 아니라 관련된 사람이 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