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용선료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현대상선 정상화가 현실적으로 여렵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다만 당국이 제시한 용선료 협상 마감 시한인 20일과 관련해서는 “물리적인 시간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말해 마감시한을 조금 넘기더라도 조금더 기다려 볼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습니다.
20일 임종룡 위원장은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지역금융전문가들과의 간담회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 이 같이 밝혔습니다.
당초 금융당국은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 시한과 관련해 다음주 출자전환, 이달말 사채권자 집회 등을 감안해 마감시한을 20일로 정했지만 용선료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현대상선과 채권단은 18일 주요 컨테이너사 선주들을 대상으로 용선료 인하 협상을 놓고 담판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고 19일에는 용선주 22곳을 대상으로 열기로 했던 컨퍼런스콜마저 전격취소하는 등 결렬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임 위원장은 향후 협상 전망과 관련해 “굉장히 어려운 협상인 만큼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용선료 협상이 전제되지 않으면 현대상선 정상화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채권은행도 채권자이지만 배를 빌려준 선주들도 채권자로, 현대상선 정상화를 위해 한국의 은행 뿐 아니라 배를 빌려주고 대금을 받는 용선주 등 이해관계자들의 손실 분담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한 셈입니다.
임종룡 위원장은 “용선료 협상이 최종적으로 실패하면 법정관리 수순으로 가는 원칙에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전일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언급과 궤를 같이 했습니다.
임종룡 위원장은 구조조정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과 관련해서는 “자본확충펀드의 기본 골격은 어느정도 합의가 됐고 한은도 기본적인 틀에 합의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다만 세부적이고 기술적인 내용들의 협의가 남아있을 뿐”이라며 “기재부와 한은이 원칙적인 면에서 큰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용선료 협상과 관련해 현대그룹 고위 관계자는 “협상에 참여했던 산업은행 측에서 ‘어렵지 않겠냐’라고 언급을 했는 데 우리쪽에서 느끼기에는 비관이냐 낙관이냐 모두 주관적인 측면이 있다”며 “아직 예단하기 이르다”며 여지를 남겼습니다.
이 고위 관계자는 “현재 현지에 나가 선주들과 협상중인 상황에서 선주들이 어느 정도 양보하고 우리(현대상선) 쪽도 어느 정도 양보해서 일정 선에서 타결이 되거나 서로 결코 제안한 수준이 아니면 안된다라고 하면 결렬이 되는 셈인데 끝까지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현재 해외 선주들의 용선료는 현대상선이 법정관리로 갈 경우 회생 채권으로 분류돼 회수가 어려워지는 만큼 1조원에 육박하는 용선료를 감안하면 선주들도 법정관리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용선계약이 파기되고 현대상선이 빌린 배를 다 반납할 경우 선박금융을 통해 조달한 일부 용선주들도 유동성 위기가 우려되는 만큼 일정 수준에서 용선료 협상이 타결될 여지는 남아 있지만 현재 확답할 수 있는 것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의 경우 마감 시한인 20일보다 조금 더 시간적 여유을 갖게 될 전망인 가운데 출자전환이 예정된 24일이 사실상 데드라인이 되지 않겠냐는 것이 채권은행 안팎의 관측입니다.
용선료 협상이 결렬될 경우 출자전환, 채무재조정 등이 어려워지면서 정부와 당국의 원칙대로 현대상선은 법정관리 신청 수순을 밟을 공산이 높아지는 가운데 선주들과의 막판 개별협상이 어떻게 귀결되느냐에 따라 현대상선의 명운이 갈릴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