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지적장애 여자아이를 성매수한 남성에게 법원이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려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6일 여성인권단체들과 법원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21단독 신헌석 판사는 지적장애아인 김모(15)양과 김양의 부모가 양모씨를 상대로 3200만원을 위자료와 치료비로 배상하라고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근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지능지수(IQ)가 70 정도로 장애인으로 등록되지 않은 경계성 지적장애인인 김양은 13세 때인 2014년 6월 가출해 스마트폰 앱으로 만난 양씨와 모텔에서 성관계를 했다.
형사 재판에서 양씨는 이 같은 혐의가 인정돼 벌금 400만원과 24시간의 성폭력 프로그램 이수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민사 재판부는 "김양이 정신적인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양씨의 손배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양의 행위에 자발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검찰이 양씨를 '장애인인 아동·청소년에 대한 간음죄'를 규정한 아동청소년의 보호에 관한 법률 8조가 아니라 '아동·청소년 성매수죄'를 규정한 같은 법 13조로 기소한 점도 이번 민사 판결의 근거가 됐다.
십대여성인권센터 등 여성인권단체 소속 30여명은 16일 오전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 판결을 비판했다.
이들은 178개 단체가 이름을 올린 공동성명에서 "이 판결은 성매매 범죄의 가해자는 있으나 피해자는 없다는 판결이며 성매수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재판부는 장애를 겪는 사람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성매매 행위자로 낙인 찍고 있다"면서 "일반 국민의 법감정으로 볼 때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서 항소장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