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제품 불매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면서 옥시 제품은 시장에서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좀처럼 바람이 닿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카드사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이른바 '포인트몰'입니다.
포인트몰에서는 그동안 적립한 포인트나 자사 카드로 필요한 제품을 살 수 있습니다. 쇼핑몰에 올라오는 상품들은 카드사가 제휴사를 통해 들여옵니다. 카드사가 큰 장터를 마련해 놓고 소매점을 입점시키는 방식인 셈입니다.
그런데 카드사들이 개장한 시장을 돌아다녀 보니, 옥시 제품이 판촉행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신한카드 올댓쇼핑몰은 방향제 옥시윅과 표백제 옥시 크린 등 여러 제품을 판매하고 있고, 하나카드 쇼핑몰에서도 할인된 가격에 옥시 제품을 묶어 팔고 있었습니다.
KB국민카드가 운영하는 라이프샵은 옥시 제품 '판'이었습니다. 아예 작정한 듯 반값 가까이 할인을 하며 소비자들을 끌어 모았습니다. 제품도 섬유유연제 '쉐리'부터 세척제 '옥시싹싹', 세탁세제 '파워크린' 처럼 대부분의 옥시 제품이 알차게(?)구성돼 있었고, 할인 폭이 커서 가격도 저렴했습니다.
먼저 한 카드사 쇼핑몰에 소비자로서 항의를 해봤습니다. 일단 판매하는 제품 중 안전에 문제가 된 제품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다만 최근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 옥시 제품을 팔지 않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습니다.
잠시 뒤 옥시 제품이 쇼핑몰에서 사라졌습니다. 첫 통화를 마친지 이십분 만입니다.
다른 카드사에는 취재 기자 신분을 밝히고 문의했습니다. 담당 부서에서 일주일 전에 각 제휴사에 옥시 제품을 빼도록 조치를 취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카드사에서는 제품 퇴출 방침을 분명히 밝혔는데, 과정이 복잡하고 제휴사가 워낙 많다보니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전화 통화가 끝나기도 전에 옥시 제품은 쇼핑몰에서 정말 '싹싹' 없어졌습니다. 일주일 넘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 과정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손쉽게 해결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카드사들이 옥시가 저지른 만행과 옥시를 향한 시민들의 분노를 조금이라도 고려했다면 이런 어처구니 없는 마케팅은 펼치지 않았을 것입니다.
카드사들은 안일했습니다. 전화 한 통, 이십 분이면 해결했을 일을 스스로 키웠습니다. 고객들의 카드 포인트로 떨이 장사를 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