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이하 ‘탐정 홍길동’)이 25일 CGV왕십리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보였다.
‘탐정 홍길동’은 사건 해결률 99%를 자랑하는 탐정 홍길동(이제훈)이 20년 전 원수 김병덕(박근형)에 복수를 하기 위해 나섰다가 거대 조직 광은회의 실체와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앞서 ‘늑대소년’을 연출한 조성희 감독의 신작이기도 하다.
장르부터 개봉 시기까지 비슷하게 맞물린 ‘탐정 홍길동’과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 국내에서도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마블' 대작과의 경쟁이지만 ‘탐정 홍길동’팀은 시종일관 자신만만했다. 그 자신감엔 이유가 있었다.
먼저 영화 ‘탐정 홍길동’의 매력은 모호한 시대적 배경이다. 극중 등장인물들이 사는 시대는 1980년대라는 것만 어렴풋이 전달될 뿐 정확하게 가늠하기 어렵다. 인물들의 의상이나 배경이 실제 80년대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생경함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해 환상적인 동화를 보는 듯한 신선함을 준다. 흑백TV, 코트, 페도라 등의 클래식한 소품부터 안개, 그림자, 젖어있는 거리 등 50~60년대 미국의 전통적인 필름 느와르 느낌 역시 매력적이다.
영화는 강렬한 이미지와 독특한 색감, 만화적인 세계관이 지배한다. 특히 영화 ‘씬시티’ 특유의 매력을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열광할 수밖에 없다. 거친 화면의 질감이 주는 색다른 묘미와 한색으로 통일된 악인, 브라운계열로 표현된 선인들이 대비를 이루는 화면의 색감에 집중해 보면 더 큰 영화적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처럼 강렬한 영상과 독특한 색채, 기발한 만화적 상상력만으로도 볼거리가 넘쳐나는데 배우들의 연기 역시 구멍이 없다. 극중 불법 흥신소 활빈당의 수장이자, 사립탐정 홍길동 역의 이제훈은 마냥 착하지 않은 히어로를 독특한 색으로 표현했다. 이제훈의 전작 '시그널' 속 박해영 경위를 아직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감탄할 수밖에 없다. 홍길동과 박해영 사이엔 '무전기', '탐문수사'라는 공통점만 있을 뿐 이제훈은 홍길동으로 박해영의 그림자를 완벽히 지운 듯하다. 비슷한 요소가 많은 탐정물과 수사물을 이토록 색다르게 연기한 이제훈의 캐릭터 소화력이 새삼 놀랍다.
뜻밖의 신스틸러는 아역배우들이다. 극중 박근형의 손녀로 등장하는 동이 역의 노정의와 말순을 연기한 김하나는 이제훈을 비롯한 성인 연기자들과의 호흡에서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선보였다. 특히 김하나의 능청스러우면서도 맛깔나는 대사 표현은 연기 경험이 전무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어머니를 위한 복수와 잔인한 음모가 뒤엉켜 한없이 무거울 뻔했던 영화는 두 어린 배우들의 존재 덕분에 한 박자 쉬어갈 여유가 생긴다.
히어로물은 확실히 호불호가 뚜렷한 장르다. 하지만 못되고 불친절하며 비열하기까지한 비호감 홍길동이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변화해가는 과정이 낯선만큼 신선하다. 단순히 취향 때문에 놓친다면 아까울 영화다.(사진=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