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대기업집단 지정 한국에만 있어…반드시 바꿔야"

입력 2016-04-26 19:55


"법인세 인상은 반대. 세금인상은 국민에게 면목 없는 것..마지막 수단"

"김영란법 시행령은 만들겠지만 내수위축 우려된다. 국회가 재논의했으면..."

"한국판 양적완화는 시행해볼만 하다"

"대기업 집단지정은 한국에만 있는 것. 뒷다리잡는 제도 바꿔야"

"공직자 골프치지 말라고 한 적없어"

"여소야대지만 거국내각이나 연정은 책임소재를 불분명하게 해 반대"

"뜻 맞는 사람과 함께 해야. 내부에서 시끄러우면 되는 게 하나도 없어"

"야당 대표는 이란 순방 이후 만날 것.만남 자체를 정례화하겠다"

"(유승민 의원 등의) 복당은 새누리당이 안정되고 난 뒤 생각해볼 문제"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45개 중앙 방송사 및 신문사의 보도국장과 편집국장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총선에서 패배한 뒤 이른바 불통의 이미지를 불식시키려는 노력의 시작인 것 같았다. 그러나 간담회를 나흘 앞둔 지난 주말 갑작스럽게 통보하는 등 아직 세련되지 못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그래도 간담회를 마치고 난 뒤 "이 자리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2시간동안 진행된 간담회를 통해 대통령의 솔직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말에서 진정성이 느껴졌고 그래서 더 불안한 마음도 들었다. 모든 것을 지금 당장, 그것도 꼭 대통령이 직접 다해야 한다고 믿는 것 같아서다. 주택문제 해결도, 사교육문제도, 청년취업문제도 언급할 때 마다 '대통령직에 있을 때 꼭 해결해야할' 등의 수식어가 붙었다.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선거패배에 대한 책임, 유승민의원 복당 문제 등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통령과의 간담회 내용을 정리한다.<편집자>

<간담회 개시를 알리는 대통령 모두 발언 전문>

"오늘 이렇게 편집국장님 또 보도국장님 여러분들 함께 모시고 오찬 기회를 갖게 되어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늘 함께 하신 이 자리가 여러 문제에 대해서 소통하는 그런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제가 나라의 국정을 맡은 이후로 어떻게 해서든지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제2도약도 이루면서 한편으로는 안보도 챙기고, 거기에 모든 힘을 쏟고 살았지만 지나고 보면 아쉬운 점이 참 많이 있습니다.

특히 우리 경제는 세계 경제하고 굉장히 긴밀하게 연결이 되어있기 때문에 지금 세계 경제가 침체 상태로 지속적으로 나가니까 우리가 아무리 애를 써도 우리 경제도 같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국민들께서도 참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계신다고 생각을 합니다.

한고비를 넘기면 또 다른 어려움이 닥치는 이런 식으로 계속 지내왔는데 남은 임기 동안 이번 선거에 나타난 민의를 잘 반영해서 변화와 개혁을 이끌면서 각계각층과 협력과 소통을 잘 이루어나갈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그 구호가 '3년의 개혁으로 30년의 성장을 이룬다' 그렇게 되어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노력이 단기적으로 그때그때 어려움을 넘기고 한다는 경제정책이 아니라 기초를 다지고 활성화를 이루어나가면서 이것을 통해서 미래성장동력도 준비하고, 또 안보라는 것이 우리 혼자서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신뢰 교류를 통해서 지켜지는 시대이기 때문에, 그런 노력을 계속하면서 안보도 잘 챙기고 남은 기간 어떻게 해서든 성장동력을 꼭 만들어내고 국민의 삶이 지금보다 더 좋아지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여러분들께서도 정부의 이런 노력에 힘을 보태주시고, 정부와 국민과의 가교에 좋은 역할을 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즐거운 좋은 점심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일문 일답 요약>

Q :기업 구조조정 및 한국판 양적완화, 법인세 인상, 대기업집단 지정제도에 대한 견해는?

▲ 대통령 : 강봉균 위원장께서 한국형 양적완화 정책을 말씀하셨는데 저는 이건 한번 우리가 긍정적으로 검토를 해야 된다는 입장에 있습니다. 그래서 이건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추진이 되도록 힘을 쓰겠고요. 그리고 재원 문제를 말씀하셨습니다. 법인세 인상이라든가 이런 것. 저는 세금을 올리는 문제는 항상 마지막 수단이 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재원을 많이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은 뭐니 뭐니 해도 누가 뭐라고 해도 경제가 활성화 돼서 기업들이 투자를 많이 하고 그렇게 해서 세수가 늘어나는 것이 가장 세수가 많이 늘어나는 방법이고 다른 어떤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재원을 마련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인세를 올리는 것이 정말 좋은 방법인가, 투자가 활성화 돼서 올리는 게 훨씬 많지, 법인세 올려서 얼마를 더 받겠냐는 거지요. 정부, 정치권 모두가 최선을 다했느냐, 저는 절대 안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세금 얘기를 한다는 것은 국민한테 면목이 없는 일이다 저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지금 세계적으로 법인세를 내려 외국투자를 더 많이 끌어들이려고 경쟁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노동시장도 그렇고 매력적이지 않은 부분들도 많은데, 이것도 다른 나라보다 더 올려놓으면 다 도망가지 않겠습니까?

대기업 지정제도에 대해서는 이건 다른 나라는 거의 없고 우리나라만 있는 제도이고, 지금 경제규모도 달라지고 신산업에다 굉장히 변화가 많은 시대에 옛날 그대로 지정제도를 손도 안대고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경쟁력을 깎아먹는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번에 카카오라든가 뭘 좀 해 보려고 하는데 대기업으로 떡 지정이 돼서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하고 이렇게 되면 누가 더 크려고 하겠습니까? 그래서 이 부분은 손을 대서 이 제도는 고쳐야 된다, 지금 이 시대에 맞게. 그래서 뭘 해보려는 것을 다 발목을 잡아놓고 투자가 안 되느니, 경제 활성화 안 되느니 그러면 안 된다. 다 뛰게 해 주고 그렇게 해야되지 않냐, 그런 차원에서 대기업 지정제도는 반드시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5월6일 임시공휴일 지정, 공직자 골프 금지, 9월 시행 예정인 소위 '김영란법'에 대한 견해는?

▲ 대통령 : 5월 6일 임시공휴일로 이번에 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공직자 골프에 관한 것은 국내에서 얼마든지 칠 수 있는데 해외로, 여기서는 눈총에다가 여러 가지 마음이 불편해서 전부 가니까 내수만 위축되는 결과를 갖고 오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이 부분에 있어서는 좀 자유롭게 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칠 시간이 있겠느냐 하는 이야기는 그걸 확대해석할 필요도 없고 또 뭔가 이게 그런 함의를 담고 있는 것 아니냐 생각할 줄은 저는 상상도 못했어요. 그래서 앞으로 내가 말조심을 더 해야 되겠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부정청탁 금지법에 대해서는 실제 저는 이대로 되면 우리 경제를 너무 위축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속으로 많이 했어요. 그런데 법으로 통과가 됐기 때문에 어쨌든 정부로서도 시행령을 만들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선물 가격을 얼마로 상한선을 하느냐 이런 게 다 시행령에 들어가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하려고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좋은 취지로 시작했던 게 내수까지 위축시키면 어떻게 하느냐. 그래서 이 부분에 있어서는 헌재에서 결정을 하면 따라야 되겠지만 국회 차원에서도 한번 다시 검토를 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 국민생활과 관련되는 문제들, 즉 급식, 물가, 전월세, 서민들 살림살이 관련된 문제들에 대한 생각은?

▲ 대통령 : 더 국민 속으로 들어가도록 노력을 많이 하겠습니다. 그런데 전월세 문제 같은 것도 사실은 제가 굉장히 관심을 많이 기울인 문제 중의 하나입니다. 왜냐하면 국민들이 어려움이 여러 가지 있지만 가장 피부로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집 문제 아니겠습니까? 전월세 가격을 어떻게든지 낮추고 이런 차원으로만 가서는 절대로 집문제가 해결이 안 된다, 지금은 저금리 시대로 들어갔기 때문에 전세라는 것은 금리가 높고 이럴 때 유용한 방법이지 그렇지 않고 누가 전세를 하겠습니까? 근본적인 문제는 임대형 주거에 대한 개념도 바꿔서 임대형 주택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는 다양한 임대형 주택을 많이 만드는 것이 근본적으로 국민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다 해서 저렴하면서도 여러 가지 다양한 편의시설도 갖추면서 오래 살 수 있는 행복주택, 또 뉴스테이를 고안해 냈습니다.

정부는 출발할 때 기초적인 인프라 깔고 인센티브 주고 이렇게 노력을 해야지 정부가 집을 다 지어서 나눠주고 이건 주택 문제를 거꾸로 가게 한다는 차원에서 민간이 좀 나서서 다양한 임대주택을 골라갈 수 있으면 좋겠다 해서 했는데 처음 에는 잘 안 받아들여지고 우리 동네 행복주택 오는 것 싫다 그랬어요. 그런데 이해가 되기 시작하니까 좋은 거구나 그래서 지금 10:1, 어디는 40:1인가 인기를 끌기 시작해서 저는 굉장히 기쁘게 그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든지 제 임기동안 국민들의 가장 고통 중의 하나인 집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런 행복주택 뉴스테이가 나왔는데 앞으로 민간이 이렇게 시장에 들어가서 선의의 경쟁을 해가면서 많은 임대주택을 만들게 될 때 이제는 주택을 소유라고 생각하는 시대도 지나가고 있지 않습니까?

Q : 총선 참패 원인은?

▲ 대통령 : 사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국민과 국가에 대해서 무한한 책임을 지는 자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우리나라 체제가 대통령 중심제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사실은 지난 시절을 보면 대통령 중심제라고는 하지만 대통령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국민들이 볼 때는 국회가 양당체제로 되어 있는데 서로 밀고 당기고 이러면서 되는 것도 없고 그런 식으로 쭉 가다 보니까 국민들 입장에서는 변화와 개혁이 있어야 되겠다 하는 그런 생각들을 하신 것 같아요. 그래서 양당체제에서 3당 체제를 민의가 만들어준 것이라고 봅니다.

Q :3당 대표를 만날 계획은?

▲ 대통령 : 이란 방문을 마치고 돌아와서 빠른 시일 내에 3당 대표를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3당 대표하고 만나는 것을 정례화 하는 문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그리고 연정 같은 것, 이런 것은 대타협이 아니냐,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지난 대선에서 국민이 선택한 것, 이번 총선을 통해서 국민이 만들어준 틀, 그 안에서 우리가 서로 협조하고 더 좀 노력을 해서 국정을 이끌어가고 마감을 해서 거기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지. 지금 국민이 만들어주신 이 틀 속에서 어떻게든지 서로 만나서 또 대화하면서 타협하고 협의하고 국정을 해 나가는 게 좋지 않겠냐,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총선 패배 책임 개각 가능성은? 개헌 및 연정에 대한 견해는?

▲ 대통령 : 내각을 바꾸어서 국면을 전환해야 되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신 것이죠? 그런데 지금 경제적으로 할 일도 많고 무엇보다도 북한이 5차 핵실험에다 SLBM 수중 사출에 여러 가지 안보가 시시각각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이런 상황에서 그렇게 할 여유가 없습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서 내각을 바꾼다 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개헌논의에 대해서 말씀을 하셨는데 이것도 지난번 선거 때도 이번에 우리가 되면 개헌을 주도하겠다든지 그런 ‘개’자도 안 나왔습니다. 오히려 경제 살리겠다, 일자리 더 많이 만들겠다, 그만큼 국민들이 그 부분에 절박해 있거든요.

연정 부분도 여소야대, 국민이 만들어준 틀 속에서 하는 게 낫지, 더 어려운 것은 내부에서 계속 막 이리 간다고 그러면 저리 가야 된다고 그러고 국민들 혼란하고 아무것도 못하고 이런 게 큰 문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정당이라는 것도 어떤 국가의 경제정책이나 안보정책이나 복지문제라든가 이런 데 대해서 어떤 가치를 큰 틀에서 같이 하는 사람이 모여서 국민의 선택을 받으면 그 방향으로 열심히 노력을 해서 나중에 책임지고 심판을 받고 이렇게 해야지, 계속 그냥 그 안에서 완전히 생각이 다른 사람끼리 합해서 이게 대타협이고 연정이고 같이 잘해 봐. 잘 되기는 뭐가 잘 되겠습니까? 내부에서 더 시끄러우면 되는 게 하나도 없어요.

Q :다음 대통령은 어떤 인물? 유승민 의원 등 복당은?

▲ 대통령 : 제 마음이나 또 국민 마음이나 같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초심을 항상 지키면서 사심 없이 오로지 국가, 국민 잘되는 것만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되기를 누구나 바라지 않을까, 이 자리에 계신 분들도 그러실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복당은 새누리당도 안정이 안 돼 있어요. 어떻게 보면 여러가지 체제도 구축이 안 됐고 안정이 안됐기 때문에 앞으로 안정이 되고 지도 체제가 잘 안착이 되고 하면 그때 협의해서 판단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중앙언론사 보도·편집국장 오찬간담회에 조주현 한국경제TV 보도본부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