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셰 사고에 람보르기니 렌트?·· "렌트비 인정안돼"<법원>

입력 2016-04-12 11:08
고가의 수입차가 차량 사고가 나자 더 비싼 수입차를 빌려 보험사로부터 고액의 렌트비를 받아내던 관행에 제동을 거는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5단독 황보승혁 판사는 포르셰 차량을 몰다 사고를 당한 차주에게 람보르기니 차량을 빌려준 렌터카 업체가 KB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대차료 청구소송에서 지난달 31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는 것.



판결에 따르면 자동차 정비와 수입차 튜닝 회사를 운영하는 A씨는 2014년 9월 대구에서 포르셰 911터보 차량을 운전하다가 유턴하던 토스카 차량에 들이받히는 사고를 당했다.

A씨는 사고 이후 수리기간에 렌터카 업체로부터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LP-560 차량을 대여, 30일간 사용한 뒤 보험에 가입돼 있던 KB손보에 대차료로 3,993만 6천원을 청구했다.

신차 가격을 기준으로 포르셰 차량은 약 2억2천만원, 람보르기니는 약 3억2천만원 정도였다고 한다.

A씨는 람보르기니 차량을 대여한 뒤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전시·시승용으로도 사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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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의 청구가 들어오고 나서야 람보르기니를 렌트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KB손보는 비용 지급을 거부했다.

재판부는 "차를 빌릴 필요가 없는 경우에는 대차료 손해를 청구할 수 없고, 피해차량이 고급 외제차라고 해서 같은 외제차를 빌리는 비용 전부가 대차료 손해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 "전시·시승용으로 사용한 것은 교통수단이라는 자동차 본래의 용법과는 차이가 있으므로 차를 빌릴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적시했다.

이어 "설령 차를 빌릴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같은 목적으로 사용하기에 충분한 통상의 차량을 빌리는 비용을 기준으로 대차료 손해가 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30일의 렌트 기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고급 외제차량이라서 추가된 부품통관 기간 등을 제외하고, 파손 부위의 수리 자체에 드는 통상의 기간으로 차량을 빌리는 기간이 제한돼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또 "자동차를 본래의 기능이 아닌 사치재 등으로 이용하기 위해 지출하는 비용이나 피해차량의 희소성 등 피해자 측의 사정으로 커진 손해는 해당 차량을 소유하면서 이익을 향유하고 위험을 감수한 피해자 측이 부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고가의 수입차량이 사고를 당했을 때 비슷한 가격의 수입차량을 빌려 과도한 렌트비를 청구하는 사례는 자동차보험의 물적 손해를 높이는 요인으로 꾸준히 지적되어 온 데다 렌트비와 수리비를 이용해 초과이익을 노리는 보험사기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고가 수입차와 사고가 난 일반차량 운전자는 과실비율이 낮더라도 높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금융감독원은 사고 피해에 따른 대차 지급 기준을 '동종' 차량에서 '동급'의 최저 차량으로 변경한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안을 이달부터 시행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차량을 빌릴 필요성과 기준, 기간 등에 대해 조목조목 밝힌 최초의 판례"라며 "표준약관이 변경된 취지와 부합된다"고 설명했다.

차량 사고의 경우,대차 기준이 '동종'차량이 아닌,'동급'의 최저 차량으로 변경,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운전자 모두가 기억해야 한다는 판결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