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밤거리에서 박신양과 박솔미가 만났다. 헤어진 지 3년만에 추억의 감자탕집 앞에서 마주 친 슬픈 재회였다.
11일 방송된 KBS2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 장해경(박솔미 분)은 할매 감자탕을 찾아갔다. 명도소송이 진행 중인 그 가게의 건물주 변호인은 해경의 회사 금산이었고 세입자 변호인은 해경의 전 남편 조들호(박신양 분)였다.
해경은 가게 앞에서 옛날을 회상하며 슬픈 추억에 잠겼다. 그곳은 들호가 해경에게 프러포즈를 했던 장소였다. 들호는 해경에게 반지를 끼워주며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불렀고 해경은 마냥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욕쟁이 할매의 축하를 받으며 서로 껴안고 춤을 추던 그들의 모습은 현재의 대립 상황과 비교되며 시청자들에게 연민의 감정을 안겨줬다. 특히 들호를 남겨두고 빗속을 걸어가던 해경의 쓸쓸한 뒷모습은 차갑고 도도해 보이는 그녀의 여린 속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흔히 멜로드라마의 데이트 장면에 솜사탕이 자주 나오는데 이날 방송에서 등장한 감자탕은 장해경 캐릭터를 말해주는 극중 설정이라고 볼 수 있다.
들호가 들판의 잡초처럼 거칠게 살아온 인물인데 반해 해경은 명문 법조계의 로열패밀리로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경이 들호를 따라 허름한 식당을 찾았고 서민적 음식인 감자탕을 맛있게 먹으며 행복해하는 모습은 그녀의 성향을 말해준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양보, 사랑하는 남자에 대한 무한신뢰와 깊은 애정은 그녀의 감춰진 속마음이다.
해경은 미모와 지성을 두루 갖췄고 누구나 부러워하는 직업에 가문까지 훌륭하다. 드라마 속에서 이런 인물이 갖는 공통점은 도도하고 교만하며 악행을 일삼기 마련이다. 그러나 장해경 캐릭터는 단순한 악녀나 팜므파탈 같은 클리셰(상투적 설정)에서 벗어나 있다. 악녀인 듯 아닌 듯 신비로운 존재감 속에 아직도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 있다. 따라서 그녀의 표정이나 대사 한마디가 보여주는 섬세한 감정은 앞으로 전개될 스토리의 변화를 예고하는 복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