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출산 때문에 대회 출전 자체를 고민했던 대니 윌렛(잉글랜드·29)이 2016년 첫 메이저 골프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잭 팟'을 터뜨렸다.
윌렛은 11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7,435야드)에서 열린 제80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잡아내는 깔끔한 플레이로 5언더파 67타를 쳤다.
합계 5언더파 283타를 기록한 윌렛은 조던 스피스(미국)와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이상 2언더파 286타)를 3타차로 제치고 생애 처음 그린재킷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180만 달러(약 20억7,600만원).
대회 2년 연속 우승을 노리던 스피스는 전반까지 단독 선두를 질주했으나 12번홀(파3)에서 나온 '쿼드러플보기'의 충격을 극복하지 못하고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만 28세인 윌렛은 유럽프로골프투어에서 4승을 올리며 세계랭킹 12위에 오른 선수지만 그리 주목받는 선수도 아니었고 더욱이 이번 마스터스 대회를 앞두고 아내의 출산이 임박해 대회 출전 자체를 고민했었다.
다행히 아내가 대회 전에 출산, 출전한 윌렛은 3라운드까지 공동 5위 중 한 명에 불과했다.
스피스에 3타 뒤진 채 4라운드를 시작한 윌렛은 정교한 아이언 샷과 퍼트로 소리없이 타수를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윌렛의 우승에는 스피스의 붕괴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전반에 버디 5개, 보기 1개를 묶어 4타를 줄이며 단독 선두를 질주하던 스피스가 후반 들어 갑자기 난조에 빠졌기 때문이다.
10번 홀과 11번 홀에서 연속 보기를 적어낼 때만 해도 아직 2위 그룹과 격차를 유지했었다.
그러나 12번홀에 악몽이 기다리고 있었다.
스피스는 12번 홀에서 티샷을 그린 앞 워터 해저드에 빠뜨리더니 1벌타를 받고 친 세 번째 샷마저 뒤땅을 치면서 물에 빠뜨렸다.
다시 1벌타를 받고 친 다섯 번째 샷은 그린 뒤 벙커에 떨어져 간신히 여섯 번째 샷으로 볼을 그린 위에 올린 스피스는 한 번의 퍼트로 홀아웃했지만, 스코어카드에 '쿼드러플보기'인 '7'을 적어내야 했다.
윌렛은 16번홀(파3)에서 티샷을 홀 1.5m에 붙인 뒤 버디를 잡아내 우승을 예감했다.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는 1오버파 289타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과 공동 10위로 대회를 마쳤다.
골퍼라면 누구나 다 경험하는,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진리 하나.
골프에서 이기려면 '내가 잘 치거나,남이 못 치거나'가 작용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