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전북현대
오래 전부터 국제축구연맹(FIFA)이 골 라인 판독기를 도입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아직 구체적으로 시행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UEFA(유럽축구연맹)의 경우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과 유로파리그 결승전에 공식 경기로는 처음으로 골 라인 판독기가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 바로 심판들의 기준 잃은 판정 문제다. 비록 아시아축구연맹 주관의 챔피언스리그 본선 조별리그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FIFA 엠블럼을 가슴에 달고 뛴 국제 공인 심판이 어처구니없는 판정을 내리는 바람에 K리그 클래식 챔피언 전북 현대가 억울한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최강희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전북 현대(한국)가 한국 시각으로 6일 오후 7시 베트남 빈 즈엉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6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E조 4차전 빈 즈엉(베트남)과의 원정 경기에서 2-3으로 역전패하며 조 2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전북은 비교적 약체로 평가되고 있는 빈 즈엉과의 이 경기에 1.5군이라고 할 수 있는 멤버를 꾸려서 날아왔는데 수비 조직력이 무너지는 바람에 어이없는 골을 내주기도 했다. 35분에 크리스티안 아무구에게 내준 골은 변명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부끄러운 실점이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휘슬을 잡은 드미트리 마셴체프(키르기즈스탄) 주심의 기준 잃은 판정 때문에 전북 선수들이 정상적인 경기를 펼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첫 번째 문제의 순간은 경기 시작 후 9분만에 빈 즈엉 페널티지역 안에서 일어났다. 이종호의 결정적인 득점 기회에서 빈 즈엉 수비수 은구엔 수안 탄이 명백하게 발목을 걸어 넘어뜨렸지만 반칙 선언을 하지 않은 것이다.
두 번째 문제의 순간은 15분, 역시 빈 즈엉 페널티지역 안이었다. 전북의 왼쪽 측면 크로스가 날아왔을 때 수비하던 은구엔 수안 탄의 오른팔에 공이 맞아 떨어졌지만 주심은 아무 일 없다는 듯 경기를 계속 진행시켰다. 5분 전에 전북 현대 페널티지역 안에서 파탈루의 핸드 볼 반칙(페널티킥)이 선언돼 전북이 먼저 실점한 것을 감안한다면 같은 기준으로 공격하던 팀의 어드밴티지를 고려했어야 옳았던 장면이다. 한 마디로 판정 기준이 널뛰기를 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후반전에도 마셴체프 주심의 널뛰기 판정은 계속됐다. 75분에 전북의 오른쪽 풀백 김창수가 상대 선수의 깊은 태클을 피해 앞으로 넘어졌다. 그러나 마셴체프 주심은 휘슬을 불고 다가와서 김창수에게 옐로 카드를 꺼내들었다. 프리킥을 유도하는 시뮬레이션 액션이었다는 뜻이었다. 이 순간은 주관적인 기준으로 그냥 넘어갔다고 해도 곧바로 2분 뒤에 김창수에게 주어진 2차 경고, 곧 퇴장 명령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정이었다.
중앙선에서 흐르는 공을 따내려고 달려든 김창수는 빈 즈엉 미드필더 르 탄 타이가 아킬레스건 쪽을 밟는 바람에 충격으로 넘어졌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마셴체프 주심은 김창수에게만 옐로 카드를 꺼냈다. 두 선수 모두 축구화 바닥을 보이며 위험한 반칙을 했다고 판정을 내렸다면 르 탄 타이에게도 카드를 주었어야 옳았지만 마셴체프 주심은 또 한 번 기준 잃은 판정을 내린 셈이다.
드미트리 마셴체프(키르기즈스탄) 주심과 함께 단짝으로서 깃발을 들고 뛰는 바카디르 코흐카로프(키르기즈스탄) 부심은 지난 3월 2일 상하이에서 열린 수원 블루윙즈의 원정 경기(상하이 상강 2-1 수원 블루윙즈)에서 말도 안 되는 오프 사이드 선언을 하는 바람에 K리그 클래식 팬들로부터 공분을 샀다. 89분에 권창훈의 기막힌 찔러주기가 산토스에게 정확하게 연결돼 득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바카디르 코흐카로프 부심의 깃발이 높게 올라갔고 드미트리 마셴체프 주심의 휘슬이 길게 울렸던 것이다.
클럽 축구 최고의 흥행 카드인 UEFA 챔피언스리그 방식을 따라 아시아축구연맹에서도 야심차게 펼치고 있는 챔피언스리그에서 FIFA가 공인하는 심판들이 기준 잃은 판정을 계속 내리는 이상 아시아 축구 수준이 퇴보하는 것은 물론 승부 조작, 비리의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2016 AFC 챔피언스리그 E조 결과(6일 오후 7시, 빈 즈엉 스타디움-베트남)
빈 즈엉 3-2 전북 현대 [득점 : 은구옌 안 득(11분,PK), 크리스티안 아무구(35분), 은구옌 안 득(88분,PK) / 이종호(27분,도움-김신욱), 한교원(28분)]
- 퇴장 : 김창수(77분), 김형일(88분)
◇ E조 현재 순위표
FC 도쿄(일본) 7점 2승 1무 1패 6득점 4실점 +2
전북 현대(한국) 6점 2승 2패 8득점 7실점 +1
쟝수 FC(중국) 5점 1승 2무 1패 5득점 5실점 0
빈 즈엉(베트남) 4점 1승 1무 2패 5득점 8실점 -3